"곰이가 낳은 강아지 6마리가 오늘 마지막 청와대 산책을 한 뒤 이제 서울, 인천, 대전, 광주 4개 지방자치단체로 이사 갑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SNS에 '풍산개 곰이의 강아지 6마리가 전국으로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곰이'는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북측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풍산개 암수 한 쌍 중 암컷으로 수컷 '송강'과 대통령 관저에서 지내다 그해 11월 새끼들을 낳았다.
하지만 지난 4일 녹색당이 낸 논평에 따르면, '곰이'의 6마리 새끼들 모두 동물원에 보내질 예정이다. 현재 광주시는 풍산개 새끼(암컷) '별이'를 동물원에 보낸 상태다. 나머지 다섯 마리 또한 서울, 인천, 대전의 동물원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녹색당은 논평에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낸 것은 반생명적이며 반 동물권적"이라며 비판했다.
녹색당은 풍산개 '별이'가 옮겨간 광주시의 모 동물원이 과거 동물 사육 과정에서 부적절한 선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무분별한 번식으로 사육장이 부족해지자, 풍산개를 비롯한 강아지들을 단돈 2-5만 원에 팔아버린 전례가 있었다"며 "열악한 사육환경과 비전문성, 관리 소홀로 여러 동물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는 동물을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풍산개들이 반려동물로서의 본성을 최대한 누리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기성 동물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는 현 정부의 동물보호 정책에도 반대된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동물을 주고받는 외교적 관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살아 있는 동물을 국가 간에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전 근대적인 외교방식"이라며 "평화를 상징하는 생명체를 동물원에 전시한다고 해서 그 평화가 지켜지는가?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 행정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청와대의 조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동물원의 본 목적은 동물을 전시하는 것에 있다. 만일 어떤 상징성을 목적으로 동물원에 보낸 것이라면 부적절한 처사"라며 "특히 이번 정부는 동물보호에 대해서 긍정적인데 이번 일을 이렇게 처리했다는 게 참 아쉽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게다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은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새끼를 낳을 것도 당연히 예상을 했어야 하며 적절한 조치도 염두에 뒀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조치는 대책이 없었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해서라도 좀 더 좋은 입양처를 찾는 노력이라도 해야지 동물원으로 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금이라도 (동물원이 아닌) 적절한 입양처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6마리의 풍산개를) 동물원으로 이전한 건 아니고 입양을 희망하는 지자체에 분양한 것"이라며 "관저가 있는 곳은 그 곳에서 키우고, 관저가 없는 곳은 동물원으로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강아지를 입양 보낸 후 사후관리를 하지 못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담당부서에 따르면) 동물원에서 길러질 경우 가둬놓고 기르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