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니다. 촛불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주말 서초동 일대를 가득 채운 '검찰개혁 촛불'에, 4대 종단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화답했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대표자들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대강당에 모여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4대 종단 성직자와 수도자 4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선언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를 비롯한 4대 종단 성직자와 수도자 4477명이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참여했다.
"검찰은 민주주의와 개혁정부에 저항하는 정치행위 중단해야"
이들은 '민주주의와 개혁을 지켜냅시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과거의 권력기관들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지금 검찰은 개혁을 거부하고 있고, 국정원은 공작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은 독점된 힘에 취해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과도한 수사는 정상이 아니다,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먼지 떨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 이는 검찰개혁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정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국민의 아픔인 세월호 사건과 김학의 성상납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검찰을 향해 "▲ 개혁법안 수용과 검찰개혁 단행 ▲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시하는 정치검찰 행보 중단 ▲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국민기만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는 통로가 되고 있는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고, 국회에 검찰과 사법개혁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애초 1000명 목표했는데, 4일 만에 4000명 넘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는 이날 "(검찰 수사가) 처음에는 조국 장관 인사검증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상시와 달리 도가 지나쳐 이건 예사로운 청문회가 아니고 민주주의와 개혁정권에 대한 도전이란 공감대가 성직자와 수도자들 사이에 만들어졌다"면서 "처음에는 1000인 선언을 하기로 하고 1000명도 어떻게 채울까 걱정했는데, 서명 첫날인 수요일(9월 25일) 하루만에 1000명이 서명했고 주말까지 매일 1000명씩 늘어나 오늘까지 모두 4477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 참여자는 기독교 1473명, 불교 428명, 원불교 306명이고, 천주교는 신부 947명과 수녀 1323명을 포함해 2270명이다(이날 언론에 배포된 선언문 4475명에서 천주교 2명 추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인 박요환 신부는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과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보며 검찰 권력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됐다"면서 "조국 장관 임명을 거부하기 위해 벌였던 검찰의 행위는 이제 우리가 검찰 개혁을 이야기할 시간임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이번 선언은 정의와 공정에 대한 양심의 선언"이라면서 "이번 선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검찰개혁에 공감하고 열망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강해윤 교무는 "종교인들은 저마다 위대한 분을 모시고 있어 조국 개인 지지라는 얘기가 들릴까봐 (선언 과정이) 쉽진 않았다"면서도 "우린 개인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종교인이 함께 선언한 것이고 선언 내용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선언서 전문.
"민주주의와 개혁을 지켜냅시다"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4대 종단 성직자·수도자 4천인 선언-
우리는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촛불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나아가 남북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소망합니다. 남북 평화회담과 평화 선언은 역사의 대세이며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개혁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종교가 달라도 민주주의와 평화와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일에 앞장섰던 권력 기관들은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는 국가기관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권력 기관들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권력 기관을 개혁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나 풍전등화와 같을 것입니다. 지금 검찰은 개혁을 거부하고 있고, 국정원은 공작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의 권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해 민주주의를 세워 가야 할 때입니다.
1.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해야 합니다.
검찰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온갖 특권을 누려왔습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았고 공작 수사에 동조했습니다. 오로지 권력에 취해서 민주주의를 억압해 왔습니다. 이제 변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개혁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검찰의 과거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검사와의 대화"에서 대통령도 무시하던 검사들의 안하무인 태도를 기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에 소위 '논두렁 시계'라는 유언비어를 조작·유포하여 끝내는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우리는 검사들의 기고만장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독점된 힘에 취하여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합니다.
2. 검찰의 독점 권력은 분산되어야 합니다.
검찰의 권한은 축소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의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검찰의 권력 분산과 개혁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과도한 수사는 정상이 아닙니다. 특수부 검사 수 십 명을 동원하여 먼지 떨이식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찰개혁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검찰은 독점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의 공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3.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도전을 멈춰야 합니다.
법무부 장관이 임명 된 후에도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과 수사 사실을 언론에 계속 흘리고 있습니다. '논두렁 시계'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검찰이 대통령이 인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끝내 끌어내리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거부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합니다.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이런 안하무인 태도와 거만함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검찰은 선출되지도 않고 견제도 거부하며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을 멈추고 개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검찰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정치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의 아픔인 세월호 사건과 김학의 성상납 사건에 집중해야 합니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을 개혁하여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핵심임이 분명해졌습니다.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시대의 과제인 검찰 및 사법개혁을 더욱 신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촛불로 지켜낸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과거의 낡은 시대가 개혁되기를 바랍니다. 낡은 시대의 권력 기관인 검찰을 개혁하여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인권이 보호되는 시대가 속히 오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시대의 과제인 검찰 및 사법개혁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검찰은 개혁법안을 수용하고 검찰 개혁을 단행하라.
2)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시하는 정치검찰의 행보를 중단하라.
3) 검찰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국민 기만행위를 중단하라.
4) 피의 사실을 흘리는 통로가 되는 언론은 각성하라.
5) 국회는 검찰 및 사법개혁안을 즉시 채택하라.
2019년 9월 30일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 성직자 수도자 4,477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