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만든 '2022 대입방안을 시행하지도 않은 채 추가로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요대학 입시에 대한 정시(수능) 확대 방안 발표를 다음 달에 예고한 교육부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대교협과 긴밀한 두 단체까지 '반대'
31일 오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협의회는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개편에 관한 고교교사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설문은 두 단체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고교교사 33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두 단체는 그동안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져온 일선 대입 담당 교사들의 모임이다. 두 단체 회원은 85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설문 결과를 보면 고교교사들은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전형'을 묻는 물음에 71.7%가 '학종'이라고 답했다. 이어 '학생부교과전형'이 15.2%, '수능전형'이 11.9%를 차지했다. '논술전형'은 1.2%였다.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시행되지 않았는데 추가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69.7%('전혀 그렇지 않다' 45.6%, '그렇지 않다' 24.1%)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19.9%('그렇다' 10.1%, '매우 그렇다' 9.8%)였다. 지난해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무척 우세한 것이다.
'2022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정시(수능)를 30% 이상 확대하기로 했는데, 추가로 정시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고교교사들의 59.8%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28.7%였다.
이 같은 설문결과에 대해 전국진로진학상담협의회의 박정근 회장(경기 화홍고)은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은 교사나 교원단체는 물론 시도교육감협의회와도 의견수렴 과정 없이 나온 것"이라면서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데 학교에 막강한 힘을 갖고 대입제도에 대해 대통령이 이렇게 갑자기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고교 교사들의 의견"이라고 해석했다.
두 단체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2022대입제도 개편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다시 고치겠다는 것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적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스스로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수능전형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의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두 단체는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즉각 중지하라"면서 "2022대입제도가 시행하기도 전에 땜질식 처방을 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한편,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오는 4일 오후 제69회 정기총회를 열고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연구보고 발표' 등을 통해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