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보수 통합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황교안 대표도 보수 대통합을 하겠다고,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나는 그 진정성을 믿는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난 권성동(자유한국당, 강원 강릉, 3선) 의원의 말에 깊은 신뢰가 묻어나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과 당 해체 요구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도 권 의원은 보수 대통합과 황교안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다음 날 황 대표의 돌발 단식 돌입에 대해서도 "황 대표의 단식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결단으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정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로 "탄핵"을 꼽으면서도 "탄핵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되었고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 지금 탄핵 찬반을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했다.
패스트트랙 관련 검찰수사 거부에 대해서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의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가 먼저"라며 "검찰수사 거부 입장은 변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원내대표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내가 나설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해 출마 결심을 접었다"고 밝혔다.
아래는 지난 19일과 21일 권성동 의원과 나눈 대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탄핵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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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황교안 대표 보수대통합 의지 믿는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년 총선 전략과 준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권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감동 줘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보수 대통합과 당 혁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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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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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11년이 지났다. 임기 중 여러 대형 이슈 중심에 선 경우가 많았는데, 그간 소회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자면?
"정치 입문 이유는 나라를 바꾸자는 큰 포부보다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 강릉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어서였다. 돌이켜보면 그간 이슈의 중심에서 정치인으로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탈당, 복당 과정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물론 당시에 지역구 당원들 대부분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지만 모태였던 당을 떠났던 여진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도 힘들었다. 두 번의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로 수사단이 꾸려지고 증거 판단을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해버렸다.
그러나 나는 범죄 사실이 전혀없고 떳떳했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도 포기했다. 의정 역사상 국회의원이 불체포 특권을 자진 포기한 것은 처음이었던 걸로 안다. 그만큼 자신 있고 당당했다. 이런 여러 문제로 지역민들에게 걱정을 드렸지만, 제 자신이 떳떳하기 때문에 향후 2심 재판에서도 무고함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 최근 3선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해체론'까지 거론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중진으로서 어떻게 보나?
"출마-불출마는 개인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할 사항이다. 다만 김 의원 주장 중에 보수 대통합과 당 내 혁신은 모두가 경청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저도 여러 차례 당이 보수 통합을 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말해왔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보수 통합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황교안 대표도 보수 대통합을 하겠다고,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나는 그 진정성을 믿는다. 다만 김 의원의 비판은, 그 통합이 속도감을 좀더 내지 않고 지지부진하냐는 차원의 문제제기로 이해한다. 우리 당 의원 모두 일치해서 그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 보수 통합의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유승민-조원진에 안철수까지 나오는데.
"중도로 지평을 확장해야만 당 지지기반이 견고해지기 때문에 보수통합에 적극 찬성한다. 보수통합의 원칙은 당과 유승민 전 대표와 논의하고 있으니까 곧 정해질 것이다. 정해진 원칙에 대해 조원진 의원 쪽에서도 찬성한다면 그것도 수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적 보수나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우선 순위는 유승민계와의 통합이다."
- 유승민 의원이 조건으로 제시한 '박근혜 탄핵을 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나?
"먼저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어야 한다. 탄핵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되었고,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 지금 단계에서 탄핵 찬반을 평가한다고 역사를 되돌릴 수 있나. 탄핵 과정에서 찬성이든 지지든 그 나름대로 명분과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당에 잘잘못을 논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당에 도움이되지 않는다."
-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권 의원을 '탄핵 5적'으로 지목하고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의원도 우리 당과 통합하려면 먼저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한다. 그 주장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 유승민 의원의 '탄핵의 강을 넘어야한다'는 주장에 김진태 의원은 공개 반대하고 나섰다.
"극히 일부 한두 명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은 '탄핵에 대해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 탄핵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반발이 없는 것으로 안다."
- 2016년 탄핵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당연직으로 탄핵소추단장을 맡았는데, 이에 대한 공격이 여전하다. 좀 억울할 만도 한데.
"억울하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인은 어떤 현안과 마주쳤을 때 역사의 발전 방향이 뭐냐, 또 어떤 결정이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느냐는 차원에서 결정한다. 그에 대해 국민적 비판이나 지지나 응원이 있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황교안 단식 예상했다... 시기가 좀 앞당겨졌을 뿐"
- 보수대통합 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에 대해 황교안 대표에게 사실상 반대하는 문자를 보냈다. 왜 그랬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유철 의원과 유승민 의원 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다. 원 의원이 나서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황교안 대표는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의원 간의 자세한 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정보 차원에서 판단에 도움이 되라고 보냈다. 원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관계가 좋다. 원 의원은 인격도 좋고 막힘이 없는 분이다."
- 한때 통합추진단장 김무성 의원을 추천해, 이번 문제를 친박-비박 갈등으로 보기도 한다.
"언론은 정치인들 싸움 시키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현재 당 내에는 친박-비박 의식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면 당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계파 논리로 싸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의원들도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일을 잘 성사시키려는 마음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지, 만약 비박 진영 대표로 그랬다면 비공개 문자보다는 기자회견을 택했을 것이다. 제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다."
- 최근 황교안 대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당이 정말 어려운 시기에 들어왔고, 지지율이 한자리 수일 때 당 대표를 맡아서 당을 안정화 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인품이 훌륭하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남을 비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이 화합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당을 안정화한 데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황 대표가 단순히 당 대표가 아니라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분이라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줘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 국민에 감동을 주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이 없다. 김영삼, 김대중 두 분은 처절한 민주화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민주화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어려운 곳에 출마하면서 실패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인생 스토리 자체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만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거저 얻은 것이다.
따라서 황 대표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감동 줘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보수 대통합과 당 혁신이다. (보수통합에 대한) 본인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기득권도 내려놓는다고 했다. 다만 속도가 좀 느리다는 평가는 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빨리 결단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 황 대표의 기득권 포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까? 험지 출마 얘기도 나온다.
"황 대표의 출마에 대해서는 제가 깊이 생각한 적 없다. 그 분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하실 것이다. 출마를 떠나서, 보수 통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에 올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얘기해 보면 황 대표는 올인 할 생각이 있고, 당대표로서 기득권도 버릴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더라."
- 황 대표가 20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황 대표가 삭발 이후에도 여야 정국 경색이 풀리지 않을 경우 단식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시기가 좀 앞당겨진 것 같다. 야당 대표가 국민을 위해 아무리 주장을 펼쳐도 여당의 일방적 통행으로 실현할 방법이 없다. 결국 야당 대표의 최후 수단은 단식 밖에 없다.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서 국민 여론을 환기 시키려는 결단으로 보고 적극 지지한다.
지소미아 같은 경우도 미국의 요구로 체결됐다. 협정이 파기되면 한미동맹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이고, 자칫하면 우리나라는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홀로 마주서게 되는 큰 안보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지소미아 파기를 하지 말라 했지만 문 대통령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여야 합의로 이루어졌는데 지금 민주당은 마이웨이로 추진하고 있다."
"검찰, 패스트트랙 조사하고 싶으면 문희상 의장 먼저 하라"
-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패트) 국회선진화법 위반 검찰수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변함 없는 건가?
"나를 포함해 64명이 고발됐다고 한다.(웃음) 우선 이번 패트 사건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당시 사법특위 위원이었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의사에 반한 불법 사보임 문제가 원인이다. 국회법 상에는 회기 중 특정 위원회에서 사보임 시킬 때는 당사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김홍신 의원이 자기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 때문에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이후 국회법을 개정했다. 이번에도 명백히 오 의원이 사보임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국회의장에게 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원내대표 요구에 따라 국회 관행이라면서 사보임을 했다. 의장은 관행이 국회법을 넘는 것이라고 하는데 관행은 국회법을 넘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국회의장의 불법행위에 항거하고 농성한 것인데, 이걸 회의 방해로 민주당이 고발했다. 정치적인 문제다. 검찰이 조사하고 싶으면 우선 순위에 따라 문희상 의장의 직권남용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려야 한다. 그 결정은 안 내고 우리들 보고 오라 가라? 그런 차원에서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거부 방침은 변함 없다."
- 조국 사태로 한때 20% 중후반까지 오른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엔 답보 상태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여론조사가 정확한지도 의문이고... 그렇지만 우리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조국 사태 때 지지율 오를 때도 나는 여기에 너무 취하면 안 된다고 말했었다. 황 대표가 그동안 말한 보수통합, 당내 혁신, 기득권 포기 이런 것들이 빨리 실현돼야 국민들이 우리 당을 다시 보고 황교안을 다시 볼 것이다. 국민들이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 나경원 원내 대표의 임기가 12월 10일까지다. 연임설도 있지만 권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솔직히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를 받기도 했다. 잠시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내가 나설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지금은 출마 결심을 접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공개석상에서 하는 게 적절치 않다. 연임에 대해서는 다른 의원들이 총회에서 의견을 모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