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고마운 결단을 했다"라고 국무총리 인선 소회를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28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한 뒤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고마운 결단"이라는 문 대통령의 표현에는 어려웠던 국무총리 인선 과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애초 문 대통령은 '경제통'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정 후보자를 최종 지명하게 됐다. 정 후보자도 내년 총선 출마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인사를 수락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사 과정을 공개한 적은 없다"라며 "시간이 더 지나면 기자들이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알려진 보도와 다른 것들도 많다"라고만 전했다.
"'3권분립 침해'? 비상한 각오로 모셔.. 협치에 강조점"
특히 입법부 수장 출신인 정세균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3권분립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으로서 여야를 운영해왔던 경험과 그런 협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서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발표를 끝내고 나가면서 춘추관 대기실에서 3실장과 말씀을 나눴는데 강조점은 협치 쪽에 있었다"라며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여야를 잘 협조할 수 있는 인물로 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인선이 끝나면서 후속 개각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개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해서 발표하기 전까지는 사전에 어떻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발표문에서 '이낙연 총리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다'고 말한 데 답이 있는 것 같다"라며 "당에서도 그런 요청들이 있었을 테고,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총리의 출마 여부는 저희가 알 수도 없고, 총리가 직접 판단하고 밝힐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유임설이 나돌았던 이 총리는 정세균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을에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