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북한 노동자 강제송환 기한이 지난 22일로 만료됐다. 향후 북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2월 초 기준, 47개국이 유엔에 제출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약 2만3200명이 이미 송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안 제2397호 제8항에 따라 모든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에 전원 송환하도록 의무화한 것에 따른 것이다. 유엔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약 5억 달러(약 5800억 원)의 외화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유용된다고 판단했다.
북한 해외노동자 송환... "중장기적으로 경제 어려워질 것"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이 북한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 팀장은 23일 "북한 해외 노동자가 벌어들인 외화는 북한 당국도 가져가지만 주민들도 일부 가져가서 민간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라면서 "그게 막히면서 단기적으론 괜찮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관광비자나 방문비자 같은 변칙 비자를 활용해 해외에 머물더라도 근무 여건이 안 좋아지고 비자 갱신도 자주 하는 등 체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변칙 비자라는 편법이 있어도 (해외 노동자 송환 조치가) 굉장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팀장은 해외 노동자 송환이 북한 외환 보유고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외환도 있을 거고, (귀환 노동자들이) 짐도 4~5개씩 들고 귀국하는 것이 관찰된다"라면서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이 적을 것으로 봤다.
그는 "북한 당국의 대응이 중요하다"라면서 "주민이 가져간 외화를 당국에 바치라고 강경하게 국정 운영을 하면 동요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빨리 올 것 같고, 일단 관망을 한다면 북한 노동자가 갖고 간 걸 소비하고 시장에 풀면서 제재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1만8533명 송환 조치... 중국 등은 '비공개'
각국의 이행 수준은 북한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달 초까지 47개 회원국이 유엔에 낸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 1만8533명을 돌려보냈다고 공개했다. 중동의 미국 동맹국들인 카타르는 2471명, 쿠웨이트 904명, UAE가 823명을 송환했다고 보고했다. 유럽에선 자국 조선소 내 북한인 인권문제가 국제적 주목을 받은 폴란드가 414명을 송환하는 등 적극 대처했다. 미얀마는 21명, 인도네시아 25명, 베트남 51명, 스위스 3명으로 보고됐다.
반면 싱가포르·중국·적도기니·몽골 등 4개국이 송환 규모를 '비공개' 요청했다. 특히 중국은 구체적 수치 없이 "송환 대상자 절반 이상을 송환했다"라고만 보고했다. 나이지리아·콩고·카메룬·탄자니아·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간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외 폴란드를 제외한 여타 유럽 국가가 자국 체류 북한인은 유학, 회의, 인도주의, 국적 취득 등의 목적이므로 제2397호 8항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상세한 현황 보고서를 제출했다.
북한 외화벌이 해외 노동자는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약 29개국 약 10만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중 약 5만 명이 중국에, 3만 명이 러시아로 송출됐다. 이들은 주로 건설·토목·벌목·제조업·농업 등에 종사했다.
북한, 중-러 상대로 대책 마련했다?
한편 북한이 해외 노동자 강제송환에 대비해 전체 파견 노동자의 약 80%를 받아들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 뒀다는 관측도 있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유엔안보리결의 제2397호에 따른 북한노동자 송환: 실태와 시사점>은 "중국이 이 상황을 대미협상의 일환으로 외교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면서 "12월 첫주 북경 주재 북한 영사와 중국 당국자 회담 초점은 '유엔 의무하 중국이 북한에 최대 진정성을 발휘하는 방안'이었다"라고 밝혔다. 양국이 노동자 체류 방안과 관련해 이미 여러 대책을 의논하고 마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해당 보고서는 지난 11월 20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차 북러 전략대화에서 만나 "비핵화 문제와 함께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송환에 대해 대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적어도 공개적 송환 등 유엔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보이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두었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한 노동자 송환이 충실히 이행되려면 러시아·중국의 협조가 관건이지만 현지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값싼 북한 노동력에 대한 현지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관광비자·방문비자·연수비자 등을 이용한 편법 체류 단속에 소극적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변칙 단기비자도 단속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북중 교류협력상 단기비자까지 단속하라는 것은 과한 요구라고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제대로 협조를 안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2015년 이후 총 다섯 차례 중국 현지 방문조사를 통해 북한 노동자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해온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북 3성에 약 6만 명에 이르는 북한 노동자가 집중적으로 파견됐으며, 중국 전역에 파견된 노동자수는 총 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유엔이 추정한 5만 명보다 무려 3만 명이 많은 수치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유엔 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까지도 북한 해외 노동자의 송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라면서 "올해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이후 해외 노동자를 파견하는 정부 단위들에게 사업 방식을 정부 간 계약에서 사적 계약 위주로 전환하고, 사업 파트너에 제한을 두지 말고 해외 사업을 유지하라는 중앙당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