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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스페인에서 태풍에 의한 사고로 숨진 한국인 유학생의 부모들와 지인들이 올린 호소문.
22일 스페인에서 태풍에 의한 사고로 숨진 한국인 유학생의 부모들와 지인들이 올린 호소문. ⓒ 범민련 부산연합
 
스페인에서 유학하다 태풍 엘사 때 떨어진 건물 외벽 장식물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한국인 유학생이 아직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부모들이 스페인과 우리 정부에 호소하고 나섰다.

사망한 유학생은 이성우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부산연합 의장과 한경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의 딸 이지현(32세)씨다. 지현씨는 스페인에 유학해 공부를 해왔다.

고인은 지난 20일 태풍에 의한 사고로 숨졌다. 건물에서 떨어진 장식물이 고인의 머리에 맞았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난 20일부터 강풍을 동반한 태풍 엘사의 영향권에 들었고, 모두 8명이 숨졌다.

딸의 사망 소식에 이성우-한경숙 부부는 스페인으로 갔다. 24일 범민련 부산연합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나 경찰의 비협조로 조사와 시신운구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연합 관계자는 "이성우 의장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복잡하고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며 "아직 시신 운구의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기에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고 한다"고 했다.

고인의 아버지인 이성우 의장은 "언어, 규범, 법, 양식. 그 어느 것도 한국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게 해외다"며 "그래서 우리는 개인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국가에 기대고, 국가를 믿고, 국가를 위해 적정한 세금을 내는 게 아니겠느냐. 그러나 막상, 국가가 개인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정부에 대해, 이 의장은 "천재지변이라 할지라도 그 나라 건물의 구조물, 장식물에 의한 사고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책임에 맞게 피해자에 대한 배상조치를 하며, 사고에 대한 증거물 확보, 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며, 사고자와 유가족에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편의를 보장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정부에 대해 그는 "자국민이 해외에서 타의적, 재해적 사고를 당했을 때 해외 법령에 의거해 공무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고를 당하면 유가족은 경황이 없기 마련이다. 유가족을 대신해 자신의 가족처럼 일을 할 수 있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법적, 인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부산연합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소문을 올려, 스페인과 마드리드 주정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도움을 줄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스페인과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

마드리드는 안전한 도시여야 합니다.
바람으로 건물의 외벽이 떨어져 지나가는 사람이 사망하는 불행한 도시여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성의를 가지고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무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문명국가의 도시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도시는 그러지 못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코자 하시는 분들은 스페인 중앙정부와 주정부에게 호소해 주십시오
우리의 딸과 같이 불귀의 객이 되는 일이 없도록, 슬픔의 도시가 되지 않도록
당국자들이 진심을 다해 세계시민들을 위해 성의를 보이도록.
고맙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함이 오래도록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잠을 잘 수도 뭘 먹을 수도 없다.
머리가 깨져 미소도 없이 찬 얼굴로 아빠를 반기는 딸은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가 있어야 할 세부가 아니라 안치소의 냉장고에서
무슨 영문일까? 생각하는 듯하다.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또 처와 함께 울고 있다.

파편 사고 건물의 주인인 마드리드 주정부는 권한이 없어서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다며 마음만 전한다고 고장난 전축같이 돌아가며 소리를 내고 있고
경찰은 조사의 기본인 증거확보와 현장보존은 사진으로 남겨져 있다며 원인물질은 버렸다 한다.
시신은 안치되어 있는 주정부 산하 법의학연구소는 딸을 보여줄 수 없다며
빨리 데려갈 수 있도록 장례업체를 지정해 처리하란다

간신히 판사의 동의를 얻어 다섯시간만에 딸의 찬 얼굴을 만지며
일어나 아빠와 같이 집으로 가자고 해도 말이 없다
늘 자신 있던 너의 모습이 자랑이었는데, 이제 만질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
이런 비현실을 언제까지나 겪어야 한다니 엄마의 슬픔이 너무 깊이질까 걱정이다.

지현아 사랑하는 우리 딸 이런 나라에서 빨리 나가자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과 형제들이 있는 집으로 가자.

지현의 엄마아빠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페인#태풍#범민련#민주노총 부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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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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