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 첫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의 별건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로서는 뼈아픈 결과가 나온 셈이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형사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6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2018년 11월~2019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법관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2014년 2월 ~ 2017년 2월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한 유해용 변호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16년 2~3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요구하는 재판 자료를 청와대에 넘겨준 혐의(①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②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또한 2018년 2월 퇴직 후 대법원 재판 자료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로 가져간 혐의(③절도 ④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⑤개인정보보호법 위반)와 재판연구관 재직 때 담당한 상고심 사건을 변호사가 된 후 수임한 혐의(⑥ 변호사법 위반)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이 증명에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유해용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무죄 이유는...
재판부는 유 변호사가 청와대 요구 재판 자료를 청와대에 넘겨준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박아무개 재판연구관으로 하여금 관련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해서 임종헌에게 전달했다거나 임종헌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나 사법부 외부 성명불상자에게 제공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임종헌과 공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유 변호사가 대법원 재판 자료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로 가져간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사 영업에 활용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또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두고 "재판연구관들 진술을 종합해보면 상고심 처리 경과로 볼 때 상고심 사건을 (유 변호사가) 직무상 취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 후, 유해용 변호사는 취재진에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정직하게 겸손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 검찰 별건 수사 지적도
이날 재판부는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유 변호사가 주장했던 내용으로, 재판부는 유 변호사의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 허가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결과 피고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혐의 사실과 관계없는 새로운 별건을 수집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이뤄지는 그와 같은 위법 사유만으로 개별 증거의 증거능력 여부는 변론하더라도,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고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