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미래 좌우 5대 핵심사업 시작과 마무리까지 전력 쏟아
GTX와 대곡소사선 일산연장, 테크노밸리와 CJ라이브시티, 마지막 선물 킨텍스 3전시장
장관으로서 '공공임대 2백만호' 서민주거안정 확실하게 추진
연초부터 경기도 고양시 총선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소식이 전해졌다. 김현미·유은혜 장관의 불출마 선언. 각종 소문만 무성했던 두 중진의원의 거취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지역정치권의 새판짜기 흐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중에서도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불출마 결정이 미칠 여파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고양시 대부분의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왔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김 장관이기 때문이다. 3선 의원으로서 여성 최초 예결위원장과 여성 최초 국토부장관을 역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성과들이 바탕을 이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불출마 선언으로부터 나흘 뒤였던 지난 8일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만나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그동안의 심경고백을 들어봤다. 지역주민들에게 마지막 송별인사를 전한 김 장관은 그동안 추진해온 고양시 주요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인터뷰는 서울 정동에 위치한 국토전시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총선 불출마,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사건"
- 이번 총선 불출마 결정이 지역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먼저 이번 결정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사실 작년 초 장관직을 내려놓으려고 했다가 다시 맡게 되는 시점부터 불출마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해오던 것과 막상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틀린 것 같다.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난 뒤 이번 주말에 휴대폰 사진들을 살펴보니 지난 10년 동안 내 삶의 대부분이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일산에서 정치를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됐는데 그동안 지역에서 만났던 이들과 이제 이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 내내 혼자 울기도 했다. 단순히 정치적 결정을 넘어 나라는 사람의 개인사에서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로나마 지역주민들에게 송별인사를 하고 싶다."
- 지난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일산서구 지역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셨다. 장관님께 고양시는 어떤 곳인지.
"나에게 일산은 단순히 정치적 공간만이 아니라 형제자매부터 어머니까지 5가족이 사는 제2의 고향이다. 사실 2007년 대선에서 우리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이 지고 이듬해 총선에서 저도 낙선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검찰수사도 받고 피선거권도 박탈당하면서 내 정치 생명은 여기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좌절감까지 느꼈던 시기였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방황하던 당시 나를 일으켜 준 것은 고양시민들이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을 거치면서 민주정권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들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고양시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2010년 무지개연대까지 이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사실 연대의 핵심은 제1야당인 우리 민주당이 얼마나 의석을 양보할 것인가에 달렸던 것이고 제가 지역 당대표로 협상에 임하면서 전국 최초로 야권연대를 이뤄내고 그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상 저 자신도 그 과정을 통해 정치적 복권을 이룬 셈이기 때문에 항상 고양시민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후 10년 동안 우리당이 지역에서 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부심도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 일산은 그런 곳이다. 동네공원을 걸을 때도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을지, 이동로에 콘트리트를 깔아야 할지 잔디를 심어야 할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보면 시의원보다도 더 신경써왔고 외곽지역에 도시가스를 연결해야 할 때 손으로 땅을 파는 심정으로 공무원들과 싸우고 설득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사실 지금도 (불출마 선언이) 잘한 결정일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작년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고양시에 찬반갈등이 심화됐고 그 결정의 중심에 있는 장관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일산 지역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지역의 부동산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지역이 지닌 성장잠재력과 함께 주변지역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장관 취임 이후 놀랐던 부분이 경기남부에 비해 경기북부의 경제력이 어마어마하게 뒤쳐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 원인은 서울 경제권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간 점도 있고 이로 인해 경기남부의 집적화가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고양시는 경제성장동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강남으로 재편된 경제중심권과의 접근성 또한 떨어지다 보니 그 결과물로 주민들이 생각하는 부동산가치하락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제가 8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주력했던 부분도 일산의 경제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일산테크노밸리, CJ라이브시티, 킨텍스3전시장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구체적인 사업안까지 최종 확정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킨텍스3전시장의 경우 원래 서울 잠실과 경쟁해 한곳만 선정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사업성이 충분히 나오는 만큼 두 곳 모두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시켰다. GTX-A노선 또한 원래 착공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것이 기본이지만 절차를 최대한 당긴 결과 1년 만에 착공하게 된 것이다. 일산테크노밸리도 경쟁지역들과 비교해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공업물량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첨단산업단지조성을 이끌어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CJ라이브시티 또한 한류천 문제 때문에 사업계획이 늦어질 위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에서 수없이 대책회의를 하고 문화부장관까지 대동해 협상해가며 결국 이번에 해결에 이르렀다. 마지막 남은 관문이 지체보상금 문제인데 지난 주 불출마 기자회견 이후 바로 담당자들을 만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올해 1분기 내에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3호선 연장, 한예종 유치 등 남은 공약들에 대한 진행여부도 주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3호선 연장건의 경우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시키긴 했지만 파주에서 진행한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성이 너무 낮게 나온 문제가 있었다.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였는데 다행히 국토부 차원에서 직접 사업방안을 재기획하는 용역을 작년 하반기에 발주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예종 문제는 그동안 유은혜 장관과 함께 한예종 총장을 수차례 만나봤지만 학교구성원들이 일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안으로 문화부장관을 만나 CJ라이브센터를 중심으로 일산 지역에 형성될 미디어융복합단지와 조응할 수 있는 분산형 캠퍼스를 마련하기로 논의했고 올해 상반기에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동경예술대학이 우리처럼 새로운 문화산업분야에 대해 분산형 캠퍼스를 추진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두 가지 문제만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들은 사실상 끝난 상태이고 이제 제대로 추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일산테크노밸리의 경우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과제인데 이를 위해 앵커시설도 마련하고 각종 세제혜택도 이뤄지는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교통접근성이 핵심이고 거기에는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권과의 연결도 중요하기 때문에 GTX-A노선과 함께 이번에 인천2호선 연장까지 발표한 것이다.
이렇게 성장 동력이 갖춰지면 지역주민들이 염원하는 부동산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는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부동산가격상승만 추구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작년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주민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장관직을 맡은 입장에서 지역구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순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 '지역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강북지역 경제권을 다시 살리는 균형발전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서울시 지하철 교통망을 보더라도 강남지역에 편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수요가 생기고 그래서 교통망을 구축하는 사업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더더욱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부처에 이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고 있다."
"아동주거복지, 가장 큰 성과로 평가"
- 불출마 선언과 함께 국토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 시즌 3를 강하게 밀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인지 궁금하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택시장 안정화와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펼쳐지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와 관련해서는 실수요자 중심 주택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펼쳐왔고 일부 성과도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청약주택들의 경우 30평 이하 기준 97% 정도가 무주택자에게 배정됐다. 그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온 결과, 2018년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다주택자 숫자와 보유 주택수가 줄기도 했다. 적어도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앞으로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주거복지와 관련해서도 이번 정부에서만 임대주택 70만호를 새로 공급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임기 마무리 시점에는 20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민간임대주택도 200만호가 공급되는 만큼 이를 합치면 전체 주택수의 40% 정도가 공적관리를 받는 임대주택으로 구성되게 된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시민의 절반 정도가 무주택자인 상황인 만큼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서민주거복지문제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일부에서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말 봉사활동 같은 것보다 주변 임대주택에 대해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것이 훨씬 더 공공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주택이나 신혼희망타운 같은 경우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일산지역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겠나. 집값 하락을 이유로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기간 동안 주택가격 상승폭이 매우 컸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12.16부동산정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새 정책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우선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다시 조짐이 보인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 집값 문제 같은 굵직한 현안 외에도 많은 업무들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장관직을 맡으면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아동주거복지라고 해서 아이가 있는 가정은 우선적으로 큰 평수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택시기사들의 수십 년된 숙원이었던 택시월급제를 실현시켰고 버스52시간제도 우려가 많았지만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를 통해 버스 직종이 질 좋은 일자리로 전환된 동시에 8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를 거뒀다. 더불어 화물차량 안전운임제, 건설노동자 임금직불제 도입 등이 큰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후임자 결정된 바 없어"
- 장관직 이후 정치행보는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지금 시점에서 이후 행보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장관직에 남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임기 절반이 지나는 시점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내가 개인적인 정치행보를 위해 떠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이 마무리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 보좌해서 뒷받침을 해줘야 어렵게 다시 세운 민주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길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지역구 후임자와 관련해 당과 별도의 교감은 나눈 적이 있었나?
"당에 요청 드린 것은 지역구 현안이 있는 만큼 경제 전문성이 있는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일산지역에 전략공천 방침이 세워진 만큼 현재 많은 인물들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되든 고양시 전직 의원으로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지역구 사업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할 것 같다."
- 고양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부탁드린다.
"정치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고양시민들과 함께 극복하고 저를 성장시켜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지역주민들을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남아있는 기간 동안 고양시민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하도록 하겠다. 고양시에서 계속 살 생각이다(웃음)."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