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토건 정권'의 사대강 문제를 파헤친 영화 <삽질>은 이른바 토건세력들이 하나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많은 적폐를 양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강을 파헤치고 생태계를 붕괴시킨 사대강 사업에 대해 지금까지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주민대책위는 "영화 <삽질>에서 파헤친 이명박 정권의 사대강 사업과 서부내륙고속도로 사업이 상당 부분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주민대책위(아래 대책위)는 14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대강 사업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4대강 사업은 국민혈세 22조원이 들어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토목사업으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서부내륙고속도로는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국토부와 서부내륙고속도로(주)는 마을파괴, 농촌파괴, 환경파괴를 가져올 서부내륙고속도로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컨소시엄 붕괴, 환경영향평가 졸속처리, 세금 낭비 등 사대강과 유사
주민들은 사대강 사업과 서부내륙고속도로의 공통점이 많다며 △환경영향평가의 졸속처리 △컨소시엄(구성업체)의 붕괴 △전문가와 주민의견 무시 △막대한 세금 낭비 등을 유사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의 졸속 처리와 관련해 대책위는 "이명박 정부는 2009년 6월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4대강 사업 사전환경성검토를 '협의 완료'하더니 같은 해 11월에 환경영향평가서가 조건부로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2조원이 들어가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3~4개월 만에 졸속 처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서부내륙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서의 경우에도 4번에 걸쳐 보완과 반려 조치가 이루어졌다"며 "하지만 환경부 담당 공무원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사업계약 만료를 불과 하루를 남겨두고 '조건부'로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됐다.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컨소시엄이 붕괴된 것도 사대강 사업과 서부내륙고속도로 사업의 유사한 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책위는 "대운하 사업으로 시작한 사대강 사업은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고 사업성 악화로 컨소시엄이 붕괴됐다"며 "서부내륙고속도로 또한 사업성이 악화되어 결국 컨소시엄 19개 건설사 중 현대건설 금호건설사 등 건설사들이 대거 이탈했다"고 밝혔다.
강을 시궁창으로 만든 사대강 사업, 환경재앙
대책위는 "사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서부내륙고속도로 또한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4대강 사업은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운하백지화국민행동, 환경단체, 독일 하천 전문가 등이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진되었다"며 "4대강을 6미터로 준설하고 대형보를 16개나 만들면서 강은 시궁창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부내륙고속도로 또한 전문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흥구간의 아직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홍성 천태2리 구간도 주민들이 폐갱도지역 통과에 따른 대책 수립을 요구했으나 무시되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서부내륙고속도로 또한 사대강사업처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대운하 사업의 사업비는 14조원 정도였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꾸고 진행되면서 사업규모는 22조2천원으로 늘어나게 됐다"며 꼼수 "서부내륙고속도로도 꼼수증액으로 사업비가 최초 2조6,694억원에서 3조7,217억원으로 늘났다"고 주장했다.
김오경 사무국장은 "사대강 사업과 서부내륙고속도로 사업의 유사성은 수도 없이 많다"며 "일부 중요한 내용만 간략하게 소개했을 뿐이다. 실제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곳곳에서 주민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종 공동대책위원장은 "토목사업은 그 결과가 나중에 나타난다"며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전문가와 주민 의견이 반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폐단이 더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