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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 뉴스공장
 
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수십 차례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이 교수는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과 관련된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기자들과) 하루 종일 싸웠다. 똑같은 질문을 계속 돌려하더라. 제가 뭔가 반대하는 말이 나오길 바라는지 모르겠는데. 혹시라도 그 (우한 교민 중 한) 사람이 도망가면(이라고 물었다)... 허허허."

이렇게 기자가 '격리 수용된 우한 교민이 수용 시설에서 도망쳐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돌려 말했다는 경험을 얘기하던 대목에서 이 교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밝힌 '무증상 감염 가능성' 언급 역시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WHO가) 메르스(사태) 때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감염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정도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했다. 발표 원문엔 그 전파의 정도는 '잘 모르겠다'고 적혀있다. 뒷부분에 정도의 수준을 따질 수 없다고 부가적으로 한 줄 나와 있다.

그러면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은 근거가 없는 거니까 그리 강조할 얘기는 아니구나 정도로 여긴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은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를), '무증상 감염이 많을 수 있단 얘기야?' 이렇게 (보도하더라)... WHO가 가늠하기 힘들다고 얘기한 건, 그 정도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얘기한 거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도와 얼마나 달라졌나

국내 첫 3차 감염 환자가 발생해 확진자가 11명으로 늘었던 지난달 31일 KBS <뉴스9>의 앵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접촉의 위험성을 물으며 "그렇다면 메르스 때 기준 2m 이내, 한 시간 이상 노출은 이번 상황과는 안 맞는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에 대한 이 교수의 답은 이랬다.

"그 기준은 일단 폐기된 기준입니다. 병원에서는 전혀 안 맞았습니다. 다만 지역사회 내에서 발생할 때는 지침이 필요하긴 한데 전파력의 정도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역학조사관에게) 더 재량권을 많이 줬습니다."

폐기된 기준을 거론하며 메르스 사태 때와의 비교를 이어간 앵커에게 이 교수가 "기준이 폐기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이 교수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훈련된 역학조사관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그 나라의 국력이 될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즉 국가가 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 감염병 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역학조사관을 꾸준히 기르는 것이 눈앞의 명시적인 기준보다 실제 감염병 대응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사스 사태 이후 참여정부 당시 설립된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과 방역 당국의 상시적인 역량 강화의 중요성 말이다.

이 교수는 여타 인터뷰에서도 현재 질병관리본부나 방역 당국의 대응을 "선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KBS 앵커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국내에서 이런 전파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것에 맞춰서 역학조사관이 공유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공유된 방법으로, 더 나은 방법으로 앞으로 역학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감염자 186명, 사망자 36명이 발생한 메르스 사태와의 비교는 응당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비교는 훨씬 더 정교하고 면밀한 분석과 5년간 달라진 방역 당국의 대처나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의 인터뷰에서 보듯 심지어 공영방송마저도 메르스 사태 때와의 섣부른 비교를 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최근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 열심히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의료 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걸 해소시켜 주기 위해"라고 밝혔다. 그건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방역 일선에서 활약했던 '스승의 스승'과 '스승'인 고 박승철 교수와 김우주 고려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가르침 덕택이라고 했다. 바로 이러한.

"언론에서 엉뚱한 기사가 나오는 걸 막는 책임이 너희들한테 있다."

언론인들도, 기자 본인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똑같은 국민이다.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연일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 상에 횡행하는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며 위험성을 질타하고 있는 이들 언론조차도 (각자의 이유로) 크든 작든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를, 그런 논조를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우한 교민의 아산‧진천 수용을 둘러싼 보도들이 딱 그랬다. 전문가들은 시설 격리가 이례적인 결정이요 "강도 높은 조치"라 입을 모으지만 다수 언론 보도는 안심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불안과 갈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간 듯 하다. 지역 주민들의 수용 반대 목소리는 과장됐던 반면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일부 아산‧진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부각되지 못했다.

언론 역시 비상사태임을 직시하고 공감하며, 과연 어떤 보도가, 어떤 논조가 국민의 불안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일조할 수 있는지를 전제로 방역 당국 외에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며 좀 더 면밀한 분석 위에 차분하게 보도를 이어가기를 바란다.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방역이 뚫렸다"와 같은 단정적인 보도보다 국민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보도를 해야 할 때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의 의견에 공감하는 이유다.
전염병에 대한 정부 대응은 단호하고 과한 게 맞습니다. 대응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니까요. 언론 대응은 좀 더 큰 그림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실제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조심하면 되는 것인지. 근거 있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줘야죠(중략).

혐오를 부추기고, 불안을 조장하고, 갈등을 키우는 대신. 그런 언어와 행동을 전하는 대신, 언론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습니다. 신종코로나 보다 무서운 게 혐오라는 것이 분명해졌으면,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기획 시리즈, 대안 모색을 위한 노력을 해줘야죠. 정말 언론에 기대가 큽니다. 
- 정 전 센터장이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에서
 

#신종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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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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