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횐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횐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끝내 모든 길이 이재용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파헤쳐온 검찰이 4일 '2인자'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불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그가 이 부회장 승계작업에 유리하도록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한 비율로 합병하고, '뒷수습'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이 이뤄진 과정 전반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묻고 있다.

같은 날 검찰은 당시 최 전 실장을 보좌한 미전실 핵심간부, 장충기 전 차장(사장)의 3차 조사도 진행했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와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조사는 이미 마쳤다. 다음 순서는 '피의자 이재용'일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 삼성물산, 미래전략실 그 끝에는...

검찰의 사정권에 재계 1위, 삼성의 총수가 들어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삼성바이오 수사는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본사 압수수색이 시작이었다. 초반에는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해 여름 무렵에야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자체가 본격적인 수사대상이 됐다. 2019년 5월 증거인멸 혐의로 김태한 대표를 구속하려 했으나 실패한 검찰은 '본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약 한 달 뒤 검찰은 드디어 회계부정 혐의로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다. 하지만 7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 단계에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때 검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삼성(수사)하면 종종 이런 일이 생기는데, 돌아가면 된다"며 "이런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돌아갈지를 고민하던 검찰은 2019년 9월 23일에서야 그 방향을 드러낸다. 이날 수사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다. 이틀 뒤 열린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증거인멸 의혹 재판에선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한창이었다. 한쪽에선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잡으려다 이재용 부회장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 그럴 뿐, 딴청 부리고 있지 않다"며 "불법 합병 자체를 범죄로 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분석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경기' 준비해온 검찰 "이재용 목에 칼 들어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자료사진)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다른 사람도 아니다. 재계 1위, 삼성의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다. 검찰로선 '확실한 수'를 찾아야 했다. 이번 수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16~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2017년 1월 19일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등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다. 이후 특검은 한 달 가까이 추가수사를 벌인 끝에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뇌물이 오갔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2월 17일 오전 5시 30분, 법원은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당시 특검은 '활동기한 60일'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당시 이 부회장의 공소장에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담기긴 했지만,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의혹은 없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인력으로 파고들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한 사안이었다.

특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은 차근차근 '본경기'를 준비해 왔다. 수사 초기 특검 관계자는 "이번 싸움이 진짜"라며 "검찰과 삼성 양쪽이 더 치열하게 다툴 거다, 이재용 부회장 목에 칼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수사팀에는) 특검 때보다 훨씬 더 축적된 내용이 있다"며 "삼성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검찰은 다시 이재용 앞에 섰다.

태그:#이재용, #삼성 불법 승계, #검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