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와 관련해 항소심 선고가 나왔다.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일부 관련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구민경‧전보경‧박성규 판사)는 21일 오전 창원지법 313호 법정에서 선고 공판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는 2017년 5월 1일 발생했다. 골리앗 크레인과 지브형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지브형 크레인의 메인 지브와 와이어로프가 추락해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던 것이다.
이로 인해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 임직원, 그리고 사업주인 삼성중공업을 포한해 모두 1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안전조치의무', '협의체운영의무', '안전보건점검의무' 위반 혐의다.
지난해 5월 7일,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유아람 판사는 골리앗‧지브형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수, 현장반장 등에 대해 금고 1년6월~6월에 집행유예 3~1년, 벌금 7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6명에 대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인',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던 것이다.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던 ㄱ과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던 하청업체 대표 ㄴ씨와 삼성중공업 부장 ㄷ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각각 금고 10월과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이었던 ㄹ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지브크레인 운전수 ㅁ씨는 검찰의 항소 기각으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사업주인 삼성중공업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가 기각되어 그대로 유지되었다.
구민경 재판장은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작업의 위험성을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고, 관리감독자가 사고 발생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발생한 사고 결과에 대해 피고인의 공동정범으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구 재판장은 "삼성중공업이 사망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를 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는 점은 유리하다"며 "상급 관리감독자가 크레인 충돌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현장 근로자들도 상대 크레인을 인식하지 않고 작업해 중대한 결과를 발생했으므로 그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마틴링게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 관계자들도 나와 지켜봤다. 이들은 검찰에 상고를 요구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마틴링게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논평을 통해 "사고의 책임을 관리자에게만 미루고,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부인한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노동자지원단은 "1심과 2심 판결 모두 크레인 사고와 관련하여 삼성중공업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증언까지 했지만 삼성중공업은 1심과 마찬가지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했다.
피해노동자지원단은 "언제까지 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절에 강행 출근하여,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다가 변을 당하여야 하는가. 언제까지 현장 노동자들은 회사도, 대표이사도, 조선소장도 책임이 없는 재해를 감내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회는 즉시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감독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