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태어나 50년간 살면서 요즘같은 때는 정말 처음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출퇴근 교통 정체가 거의 사라졌고, 오후 9시가 넘어가면 도로는 일요일 이른 아침처럼 한산하기만 하다.
내가 사는 대구 달서구 월성동은 상가와 학원이 밀집된 지역인데, 학원들의 휴원으로 길거리에서 지나치던 수백 명의 어린이와 학생들은 이제 한두 명도 만나기 어렵다. 도로변 가게들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문이 닫혀 있다. 한산하다기 보다는 적막하다가 맞는 표현인 듯하다. 어제도 그랬듯이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 사태가 끝나지 않는 한.
사람들간의 물리적 간격도 멀어지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청소년인 딸과 아들도 평소처럼 친구들을 만나지 못 한다. 특히 나로서는 부모님을 뵙지 못하고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죄송스럽다.
현재 나는 회사에서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전국에 고객사가 존재하는데, 일부 고객사는 대구 거주자의 출입을 제한한다. 대구 사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존재함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이곳에서 쭉 살아온 시민으로서 처음 겪는 일이기에 많이 당황스럽다. 조기에 방역을 제대로 못한 대구 및 당국의 행정이 문제인데, 단지 아픈 사람이 많은 곳일 뿐인데, 나의 도시가 골칫덩어리가 된 듯해 슬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사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외에는 너무도 평온한 상황이다. 대구 사람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이동을 최소화해 자기 자신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소강돼 대구 사람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 조용한 대구가 다시 예전처럼 북적거리고 활기찬 대구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