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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 전 부산시장 자료사진
서병수 전 부산시장 자료사진 ⓒ 정민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에 4선 전력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우선 공천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경선을 요구해온 다른 통합당 예비후보가 크게 반발하면서 여진이 만만찮다.

'올드보이' 서병수 귀환에 부산진갑 시끌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5일 부산을 포함한 PK(부산경남)지역 공천심사 발표에서 김영춘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산진갑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형오 위원장의 선택은 탄탄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올드보이'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었다.

서 전 시장은 전직 부산시장이면서 해운대구에서만 4선(16대∼19대)을 거쳤다. 이번 4·15총선에선 지역구가 부산진갑으로 옮겨졌다. 지역 연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합당은 선거구 탈환을 위한 빅매치로 서 전 시장의 투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서 전 시장은 공천발표 직전에 이러한 결정을 통지받았으며 고심 끝에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서 전 시장은 후배에게 정치적 길을 열어주고, 울주군에 출마한 서범수 전 울산경찰청장을 배려하겠다며 따로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진갑 내에서 통합당 전략 공천에 대한 잡음이 커지고 있다. 공천을 신청했던 온종합병원 이사장인 정근 예비후보는 부산진갑 결과 발표가 나오자마자 '낙하산 공천'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경선 여론조사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정근 후보는 보수통합의 가치가 '혁신', '확장', '미래'라며 이번 공천 과정을 "가장 나쁜 구태정치를 재현하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정근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역세가 있는 정 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통합당 입장에선 매우 불리한 시나리오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진갑은 3파전으로 치러졌다. 나성린 새누리당 전 의원이 4만2853표(46.49%), 김영춘 민주당 의원이 4만5706표(49.58%)였다. 김 의원은 2853표(3.09%)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여기에 변수는 무소속 오승철 후보였다. 그는 당시 3613표(3.91%)를 가져가 나 전 의원의 패배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오승철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도 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근 통합당 부산진갑 예비후보
정근 통합당 부산진갑 예비후보 ⓒ 정근 캠프

경쟁후보 '공조' 요청한 서병수
'낙하산 공천' 비판한 정근
'심심한 위로' 김영춘


이를 아는 서 전 시장은 지난 7일 정근 예비후보의 병원을 찾아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정근 후보에게 "당으로부터 역할을 요구받아 공천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공조를 요청했다. 서 전 시장은 "이번 선거 굉장히 중요하지 않느냐. (공천 과정에) 화가 나더라도 (승리를 위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근 후보는 "낙하산 공천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여러 번 서 전 시장에게 경선을 요구했다. 이에 서 전 시장은 "이미 (공관위의) 결론이 났고, 선택권이 없다. 시민이 판단할 것이고, 무엇이든 헌신하는 자세로 하겠다"라고 답했다. 결국, 이날 회동은 성과 없이 불발로 끝났다.

9일에도 정근 후보의 통합당 내 지지자들과 부산진갑 시민들이 "더는 능욕하지 말라"며 성명을 내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진구를 지키는 시민모임 회원 일동은 우선공천 반대성명서에서 "'공천쿠데타'로 민심을 이반하고 양아치 집단으로 전락했다"면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게 깔아준 '꽃가마길'은 미래통합당의 '꽃상여길'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공관위 결정을 비난했다.

서 전 시장의 '엘시티' 관련 의혹까지 거론한 이들은 "지방선거 패장, 가족 공천의 특혜자로 이미 정치에 마침표를 찍었어야 할 '구태 중의 구태'이자, '부산의 수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 전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정근 후보에게는 무소속 출마 결단을 촉구했다. 우선공천에 따른 당내 논란은 서 전 시장 측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 전 시장은 이번 주에도 재차 정근 후보를 만나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본선행 티켓을 쥐고 총선 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당 내 이런 상황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흥이 난다"며 서 전 시장 우선 공천에 대한 심경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의 글에 핵심은 마지막 문장과 '..'에 있었다.

"부산진구에서 열심히 뛰어왔던 미래통합당의 타 예비후보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우리나라 정당이라는 게 참 얄팍하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네요.."  
 
 지난 6일 김영춘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지난 6일 김영춘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 페이스북

#서병수#김영춘#정근#부산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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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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