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지자체와 국가기관, 공단, 노동조합의 검찰 고발장에 나란히 피고발인으로 지목된 노인요양원이 있다. 이곳은 치매 등의 질환을 앓는 노인을 돌보는 부산진구의 노인요양시설 '효림원'이다.
불교재단 사회복지법인 화엄도량이 관리하는 효림원은 법인이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은 국비·시비를 투입해 세워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민건강보험 공단 개최 전국장기요양기관 평가대회에서 여러번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운영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최우수 요양시설이 비리시설이 되기까지
그러나 2018년 4월 A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사측이 CCTV로 요양보호사들을 감시하고, 근로계약서를 3개월~6개월마다 새로 쓰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요양보호사들은 "원장이 갑질과 부당한 대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보다 못한 이들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 요양서비스노조 부경지부에 가입했다. 대부분의 나이가 60세 이상이었다.
열악한 처우 해결과 권리보장을 위해 노조를 만들었지만, 효림원 측은 분회장 등의 해고로 맞대응했다. 이후 이 문제는 행정적·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해고자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 가운데 2명의 손을 들어줬다.
효림원은 이에 불복해 중노위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도 부당해고가 맞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올해 말 계약만료로 구제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이후 노조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체불임금과 횡령 논란도 불거졌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노조가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효림원 대표와 법인을 조사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임금 체불과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요양시설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담당 지자체인 부산진구청, 지원금을 지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합동특별감사에서 과거 효림원 측이 요양수가 5억3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각각 사기 등의 혐의로 효림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공단은 환수조치, 진구는 지난 2월 초부터 이달 23일까지 50일간 효림원에 대한 업무정지를 명령했다.
"검찰청이 마지막이 되길"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효림원의 요양보호사들은 권고사직과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거리로 내몰렸다. 시설이 맡아온 노인 수급자들도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요양시설에 사람은 없고 건물과 법인만 남은 상황이 됐다.
효림원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112일째 부산시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펼쳐온 노동자들은 검찰수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24일 지자체와 공단 등에 이어 사기 혐의로 사측에 대한 검찰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한 추임호 요양서비스노조 부경지부 효림원 분회장은 <오마이뉴스>에 "비리와 갑질에 맞서 몇 개월째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생애 첫 노조를 만들고 파업과 집회를 이어온 추 분회장은 이날부터 부산지검 앞에서 "부정비리 불법온상 대표이사 구속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무기한 1인시위에 들어간다. 그는 "검찰청까지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긴 터널을 지나오는 기분이다. 이게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돕고 있는 상급단체인 전국요양서비스노조 부경지부의 진은정 지부장도 "국가세금을 도둑질하고 노동자 임금을 떼먹는 시설을 강력히 처벌해 일벌백계 사례로 삼아달라"고 조속한 수사를 호소했다.
<오마이뉴스>는 효림원과 법인 측의 반론도 듣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날 내내 연락은 계속 닿지 않았다. 효림원은 24일부터 영업정지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