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교육에 있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학교 휴업이 단행되었고 원격수업도 도입되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원격수업, 등교수업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이 누그러지는 중이지만, 그간 우리 교육이 겪었던 혼란과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유행 조짐을 보이자, 교육당국은 코로나19가 휴업 사유가 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얼마 후, 여론에 떠밀려 학교 휴업을 단행하였다. 개학일이었던 3.2(월) 직전에 3.6(금)까지 휴업명령을 내렸으나, 이후 여러 차례 휴업 연장이 반복되었다. 결국, 4.16(목)과 4.20(월)에 학교급별로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더불어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막상 원격수업을 추진하려고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온라인 플랫폼 선정, 물품 구입(웹캠, 태블릿, 마이크 등) 등 인프라 구축에서 수업방법(과제형, 쌍방향 수업, 방송 수업 등) 결정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일들이 벌어졌다. 이미 구축된 온라인 수업 플랫폼 서버는 용량 초과로 다운되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학교로 원격수업 관련 '공문이 내려오기도 전에 휴일 방송을 통해 지침들이 전달'되기도 하였다. 학생이나 교사나 학부모나 교육당국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멘붕 상태에 빠진 듯 보였다. 그나마 학교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해온 교사'들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현장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원격수업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교육당국은 코로나19가 이렇게 영향을 미칠지 짐작도 못 했을까? 아니면 알고도 대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였는지 몇 가지만 따져보고자 한다.
우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태에서 학교 휴업을 시행할 법적인 근거가 미비하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수업일수)는 천재지변 상황에서 법정수업(190일)의 10분의 1(19일) 이내의 범위에서 휴업(휴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천재지변(자연현상으로 인한 재앙)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두고도 한동안 논란이 있었다. 학교교육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이나 시행령에는 감염병에 대한 구체적인 법 조항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야만' 휴업(휴교)할 수 있다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 시점에서도 휴업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초·중등교육법보다 더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에 있었다. 교육과정은 교육부 고시 문서이다. 고시 문서는 법령보다 아래 단계 문서이다. 그런데도 초·중등교육법으로도 하위 문서인 교육과정에서 규정한 학교급별 교육과정 이수 기준을 변경할 수 없었다.
초·중등교육법이나 시행령에 교육과정 이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도 하지만, 교육과정에 정한 이수 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학생은 진급이나 졸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격한 교육과정 이수 기준이 휴업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후속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휴업 이후에도 교육당국은 원격수업 준비보다는 휴업에 따른 수업시수 맞추기에 골몰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휴업에 들어갔지만, 여기서 교육당국의 결정적 헛발질이 나왔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썼겠지만, 휴업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였다면, 원격수업 체제 구축을 위한 신속한 인프라 구축과 현장지원에 매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이 부족한 가운데 원격수업이 일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마저 언론에 먼저 터트리며 진행하였고, 이어 뒷북치기식 지침을 남발했다.
이는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했던 교사를 번아웃에 빠뜨리고 말았다. '먼저 준비하면 손해'라는 교육계 속설을 교육당국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해주었다. 준비 과정에서 실제 수업을 하게 될 교사의 의견은 얼마나 들었는지, 원격수업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지, EBS와 에듀넷의 회선 용량은 충분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았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휴업 기간 중 학교 종사자 간의 안타까운 파열음도 있었다. 위기 시에는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평상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되기도 하였다. 학교 관계자 모두가 '학교에 종사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제라도 '위기에 대응하는 교육체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는 우리 교육에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남겼다고 본다.
우선, 법적 충돌이나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 휴업(휴교) 사유에 '치명적 감염병'을 포함하여 '재난', '기타 이에 준하는 상황'을 넣어야 한다. 위기 발생 시 신속한 휴업을 통해 위험 확산을 차단하고, 학습권 보호를 위해 신속한 원격수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원격수업과 관련한 구체적 지침 마련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둘째,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수업시수 이수를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평상시 교육과정 운영과 더불어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 교육과정 운영'(수업일수 및 시수 감축 포함)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지역별로 신속히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운영 전권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셋째, 위기 시를 대비하여 '시·도교육청 단위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두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학교교육 활동의 일부로 사용하다가, 비상시에는 원격수업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에 자체 서버를 두고, 학교 홈페이지 등과 연동하여 원활한 원격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청 원격교육 시스템과 더불어 EBS나 에듀넷을 병행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원격수업 시 접속 대란이 방지하고, 우수 콘텐츠를 비축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학교 종사자 간 협업 지침'을 관계자 간 합의를 통해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교직원은 재택근무와 출근을 번갈아 가며 업무를 진행해왔다. 초등교사의 경우, 긴급돌봄 학생 교육지원에도 참여하기도 하였다. 출근한 교직원이나 돌봄대상 학생에게 학교 중식이 제공되지 않아, 외식이나 배달식, 도시락, 컵라면 등으로 중식을 해결하였다. 그만큼 감염 위험도 컸고 근무(돌봄) 환경도 열악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교육청에서 학교 종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져, 학교 중식이 제공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종사자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였으나, 교육공동체로서 상호 협력하는 긍정적인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끝으로, 위기 시 '가족과 자녀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로 원격수업이 도입되었지만, 정작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보호자가 일터로 나간다면, 애써 구축한 원격수업 체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위기 때 재택근무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할 수 없을 경우를 고려하여,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확대하였으면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교육관계자들은 '우리 교육의 위기'라고도 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말한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 교육에 명과 암을 드리웠다. 무엇보다 앞으로 닥쳐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하여 '지금보다 나은 교육체제'를 갖추어야 함을 일러 주었다.
그리고 보다 나은 교육체제는 학교가 '민주적 교육공동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교육을 중심에 놓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민주적 교육공동체 정착에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흔들림 없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