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상업·업무지역에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을 허가하자 부산 동구청에 이어 동구의회,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엘시티가 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지만, 부산시는 불허할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8조여 원 투입 북항 개발.. 상업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북항재개발은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부산항 부두 등 153만2419㎡ 부지를 상업업무지구, 해양문화지구, 복합항만지구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8조여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된다. 현재 1단계 사업에서 시가 D-3부지(상업업무지구)에 고층의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을 허가해 논란이 됐다. 이곳에는 연면적 18만 9618㎡ 부지, 지상 59층 지하 5층 규모의 시설이 들어선다.
이미 D-1블록에도 같은 시설이 허용돼 분양에 들어가는 등 북항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시설만 수천 세대에 달할 전망이다. 레지던스는 오피스텔에 주거기능을 더했지만, 건축법 상 업무시설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망이 좋은 요지를 차지하면서 사실상의 고소득층 주거시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미래를 살릴 상업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소식에 먼저 동구청이 발끈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동주택 건립이 불허된 지역인데도 사실상 아파트인 생활형 숙박시설 허가를 내줬다"고 비판했다. 제2의 엘시티까지 언급한 최 구청장은 "이곳은 숙박시설이 아닌 첨단업무시설이나 시민을 위한 문화 친수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건축허가 취소를 주장했다.
동구의회도 부산시의 건축허가 비판에 가세했다. 배인한 동구의회 의장 등 동구의원들은 13일 부산시청을 찾아 '북항재개발 지역 내 생활형 숙박시설 허가 반대 결의문'을 발표했다.
동구의회는 "D3 구역의 숙박시설은 수도권 주민의 주말, 휴양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개발이익도 수도권으로 돌아간다"며 "이는 사업목적과도 크게 벗어난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고층 높이를 지적하며 "산복도로 주민의 북항 조망권과 개발업체의 이익을 맞바꾼 격"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부산참여연대가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 성명을 냈고, 부산경실련과 부산YMCA 등이 참여하고 있는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14일 기자회견을 연다.
부산참여연대는 "공동주택 건립이 불허된 북항재개발사업지 D-3부지에 이런 허가가 난 것은 사업자 중심의 특혜이자 북항의 엘시티"라고 반발했다. 부산시민연대도 "말뿐인 정보산업단지 센텀시티를 경험했고, 엘시티 역시 마찬가지"라며 "북항마저 그렇게 놓아둘 수 없다"는 내용으로 공동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시는 "현행법과 절차에 의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북항은 항만법에 따라 항만재개발실시계획 승인을 하면서 허용용도, 건폐율, 용적률 등이 결정되어있다"며 "이에 따라 생활숙박시설도 불허가 아니다. 재량행위나 위법 사항이 있지 않은 한 허가를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