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공론화를 통해 경북 경주 월성핵발전소에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건설을 추진하자 의견수렴에서 빠진 울산시민들이 주민투표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은 주민투표 지지선언을 이어가고 있다(관련기사 :
광화문에서 명동에서... 전국서 "울산주민투표 지지" 이어져).
하지만 재검토위가 23일 돌연 공론화 첫 단계인 '사용후핵연료 정책 전국의견수렴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을 전국 14개 지역에서 진행해 울산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오리엔테이션 소식은 하루전날인 22일 오후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공표됐다.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는 23일 낮 12시부터 울산 중구 학성동에서 진행된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회의장에 들어가 항의하고 참관을 시도하면서 결국 울산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지 못했다.
재검토위가 강행한 이날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회의는 전국 14개 지역 권역별로 모여 원격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돼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1·2차 토론회 진행방법 등을 설명했다.
앞서 재검토위원회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부터 전국 공론화에 참가할 시민참여단 549명을 선정했다. 보름간 동행하는 참여자에게는 120만 원씩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시민참여단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울산은 24기의 원전 중 14기가 울산시청 반경 30km 이내에 있고 울산시민 100만 명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는데도 시민참여단 구성은 울산이 겨우 9명에 불과하다. 원전과 거리가 먼 서울은 100명이라는 점과 비교된다. 수도권이 과반수에 가깝다.
울산운동본부는 "인구비율로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시민참여단 구성은 문제가 있다"면서 "원전 소재지역이나 시민참여단 일부가 아닌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은 핵발전소나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는데도 인구비율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면서 "원전 소재 지역이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이 결정한 대로 따라가야 하는 구조인데, 이런 것이 투명하고 공정한 의견수렴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영구처분장 없이 '임시저장시설'을 원전 부지 안에 계속 건설하는 것이 맞는지, 우리나라에 영구처분장으로 적합한 곳이 있는지, 적합한 곳이 있다면 그 지역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적합한 부지가 없다면 전 국민이 영구처분장 대책도 없이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참여', '의견수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철저히 비밀주의로"
울산운동본부는 항의와 참관 후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시민참여', '의견수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철저히 비밀주의, 졸속 공론화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을 틈타 시민참여단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함에도 원격 화상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국민 공론화를 왜 이처럼 서두르는가"면서 "이것은 최대한 조용히, 최대한 산업부 의도대로 맥스터를 짓는 절차에 전국공론화와 시민참여단을 이용하는 엉터리 형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운동본부는 이날 울산에서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에게 매긋터와 공론화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맥스터는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쳐 중단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공론화로 결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