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
우리는 전쟁이나 재해가 발생하면 가까운 대피소로 피신해야 한다. 그런데 가까운 대피소로 학교가 지정된 경우가 많다. '넓은 공터를 가진 공공기관'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가 학교이기 때문일테지만, 사실 학교가 대피소로 적합한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또한 대피소는 말 그대로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장소일 뿐이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대피소의 목적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약하며 잠시 피하는 것이지, 대피소를 멋지게 만들어 계속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나 사회라면 대피소를 예쁘게 꾸미거나 본래의 기능 외에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기 보다는, 일상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재해나 전쟁에 대한 대항력이나 복원력을 키우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육적 기능보다 대피소 역할 담당한 학교
코로나 시국에서 학교는 여지없이 교육적 기능보다는 대피소의 기능을 담당했다. 코로나 심각 단계에서 우리는 마치 학교에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도 쳐져 있는 듯이, '긴급돌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합성어까지 만들어 가며 수 십만의 아이들을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보냈다. 학교에서 주는 음식과 급식소에는 바이스러스가 침범하지 못 하기라도 하는 듯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돌봄체제 유지를 위해 급식을 강행했다. 이 시국에 상대평가로 아이들을 줄세우는 것이 아이들을 '절대적으로' 위하는 것이고, '공정한' 것 처럼 의미를 부여하여 수 만의 아이들을 다중이용시설인 학교로 보내 시험을 치게 했다. 학교는 탁아소이고, 대형 식당이며, 아이들을 줄세우고 선별하기 위한 선별장이었다.
코로나에 지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이 시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었던, 또는 애써 외면하며 덮어 두었던 사각지대에 구지 빛을 비추며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 문제, 동성애, 노동의 문제, 온라인 성폭행 등 합의하거나 인정하지 않았고, 쉽게 손을 대지 못 했던 다양한 문제들을 드러내주었다. 일견 교육이나 학교만의 문제인 듯 보였으나 사회 전반의 문제인 것들도 많았다.
온라인 기간 중 전국 13만 7000명의 다문화 학생, 특히 한국어에 미숙한 3만여명의 중도입국 외국인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에 소외되었고, 전국 9만 3천여명의 특수교육 학생들이 방치되었다. 2020년 1~3월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51.3%가 증가했고(참고 기사: 코로나 19사태로 '방콕', 오히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늘었다 / 중도일보 2020.04.24), 질병으로 분류되었던 게임이 이제는 유망한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이나 게임 시간도 대폭 증가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이 학교나 교육의 체질을 개선한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일까? 또한 특수한 상황에서 행해졌던 임시방편들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볼 수 있을까?
에듀테크, 디지털 교육, 블랜디드, 언택트 교육, 온라인 교육. 포스트코로나 교육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미래 교육의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다양한 임시방편들을 대안이나 미래로 착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마치 대피소를 예쁘게 꾸며서 무리하게 주거 기능을 부여하려는 것과 같지 않을까. 대피소를 꾸미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학고 신속하게 피신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안전한 대피소를 구축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환부가 없었는지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지금의 학교와 교육은 미래시대 최첨단을 논하기에 앞서 보실펴야 할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다.
불현듯 첫 제자들이 떠오른다. IMF 즈음 태어나, 세계 경제의 몰락과 2009년 5월의 죽음을 목도하며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선 세월호 세대라고 불리더니 이제는 별안간 코로나 세대라 불리며 청년 실업의 문제 앞에 내몰린 아이들. 연이은 해일 앞에서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휩쓸려가는 그 아이들에게 미래 시대에는 코딩과 빅데이터, AI와 언택트가 대세라며 등떠밀면서 사회로 보내기에는 그저 미안하기만 한 요즘.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학교를 논하기에 앞서 학교를 졸업하고 오는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진단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살고 싶은 대피소 보다는 살기 좋은 일상이 그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