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의 사립 여중학교 교감이 여성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 측은 신고가 접수된 후 해당 교감을 직무에서 배제했으며, 부산시교육청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성희롱이 맞다'고 결론 내린 뒤 징계 권고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경찰은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로부터 부산 동구의 ㄱ여중에서 벌어진 ㄴ 교감의 성희롱 사건을 제보받았다. ㄴ 교감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ㄷ씨에게 '이거 콘돔같이 생겼죠?' '60~70대도 발기가 가능하다' 등 여러 차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국가인권위·부산교육청 등 피해자 신고서 살펴보니
ㄷ씨가 부산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 부산고용노동청 등에 제기한 진정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교감은 교육자로서 성 인지 감수성에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래는 피해자 ㄷ씨의 동의를 거쳐 공개하는 신고서 내용이다. ㄷ씨가 성희롱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ㄴ 교감의 발언 중 일부를 정리했다.
"교감이 원탁에 놓여 있는 비닐로 된 작은 물건을 가리키며 '꼭 뭐 같이 생겼네'라고 말함. 이후 저와 눈이 마주치자 일어서더니 그 물건을 들고 다가와 '이거 꼭 콘돔같이 생기지 않았어요?'라며 들이밈"
"동료와 이야기 중인데 '내 오피스 와이프라 그러면 안 된다' '내 오피스 와이프인데 둘이 어디 좋은 곳에 가느냐' 등 발언"
"'와이프한테 집적거렸는데 생리 중이라고 하더라' 'ㄷ선생님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 해도 될지 모르겠네'라며 웃음. '학교 제자를 만나니 나보고 60~70대에도 발기가 가능하냐 묻더라 그래서 당연히 된다고 했다' 말함"
총 6장짜리 신고서에는 ㄷ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도 담겼다. 그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자책하면서 상황을 넘겨야 했다"며 "저와 달리 ㄴ 교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성적 발언을 들을 때 너무 불쾌한데도 티 내지 못하는 상황이 싫었다. 언제 또 (성희롱) 발언을 내뱉을지 모르기에 항상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학교 측은 지난달 19일부터 ㄴ 교감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후 ㄴ 교감은 연가 등을 사용하며 현재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2차 피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학교 측이 신고 내용을 가해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ㄴ 교감은 ㄷ씨에게 '미안하다'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에선 ㄷ씨에게 책임을 묻는 말도 돌았다. 이런 과정을 겪은 ㄷ씨는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의 모습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부산교육청 관련 심의위, '성희롱' 만장일치 결론
신고 내용을 검토한 시 교육청은 지난 10일 관할인 남부교육지원청에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참석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ㄴ 교감의 행위가 '성희롱이 맞다'고 결론을 냈다.
위원회는 ▲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 가해자 징계권고 ▲ 고충 상담 내용을 가해자에게 알린 학교장에 대한 조치 등을 결정했다. 또한 ▲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 30시간 이수 ▲ 해당 학교 조직문화 개선 및 성 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등도 요구했다.
교육당국의 조처와는 별도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ㄷ씨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ㄴ 교감을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고소했고, 부산 강서경찰서가 검찰 지휘를 받아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ㄷ씨는 최근 '모욕죄'로 고소장을 다시 냈다. 성폭력 특례법에는 신체 접촉이 아닌 언어로 성희롱을 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ㄴ 교감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두번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처음에 ㄴ 교감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다 저녁 늦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경중의 여부를 떠나 중간관리자로, 교육자로 품위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언행을 관리하지 못한 부분 등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ㄴ 교감은 변호인을 선임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피해자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성희롱 사건의 사법적 판단을 둘러싼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