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향해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이라거나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원로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17일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문 대통령이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직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최근 남북관계과 관련한 고견을 청취했다"라고 전했다.
문정인 특보는 한미동맹보다는 독자적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참모다. 임동원·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은 김대정 정부 때, 정세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이종석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 '선미후북(先美後北)', 즉 '미국 특사 파견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밀사와 특사를 맡아 지난 2000년 6월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을 성사시켰다. 최근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정인 특보와 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장관, 박지원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참석자, (오찬) 시간 등에서 익히 예상했듯이 지금 남북관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고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남 강경기조를 주도하는 김여정 부부장을 직접 겨냥해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라고도 충고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이 발표한 대남담화 내용을 분석하고, 남한 측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