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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불법 번식장 뜬장 안에는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개의 사체가 방치되어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뜬장 안에는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개의 사체가 방치되어있다. ⓒ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경기도 고양시 한 불법 번식장에서 지난달 4일 중·대형견 26마리를 구조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는 뜬장이 끝없이 줄지어 있었다. 번식장의 개들이 갇혀 있던 뜬장 안 구석 한쪽에는 배설물이 쌓여 흙처럼 굳어 있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단단한 땅은 겨우 제 몸집만 한 나무판자와 배설물이 굳은 구석 자리뿐이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만난 호밀이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ON)에서는 보호 동물의 안전을 위해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을 통한 동물 등록을 시행하고 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돼 반려동물복지센터 온에 입소한 동물들 또한 동물 등록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구조견 호밀이에게 이미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삽입된 것을 발견했다. 활동가들은 즉시 호밀이의 몸에서 발견된 마이크로칩 번호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조회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검색 화면 호밀이의 내장칩 번호의 검색 결과, '뿌뿌'(가명)라는 이름이 조회됐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검색 화면호밀이의 내장칩 번호의 검색 결과, '뿌뿌'(가명)라는 이름이 조회됐다. ⓒ 동물자유연대
 
'뿌뿌'(가명)'라는 이름으로 조회된 호밀이의 정보. 한때 누군가의 반려견이자 가족이었던 뿌뿌는 어쩌다 이름을 잃어버리고 뜬장에서 살아가야 했던 것일까? 혹여나 보호자가 애타게 찾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호밀이의 내장 칩에 등록된 소유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7~8년 전에 펫샵에서 뿌뿌를 구매했고 1년 정도 키우다가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어 구매한 펫샵에 다시 되팔았습니다."

호밀이는 펫샵에서 팔리지 않아 다 커버린 동물들의 행선지 중 하나인 번식장으로 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번식장에서 태어났을 호밀이의 종착지는 또다시 번식장이 됐다. 호밀이의 사례는 동물생산/판매업에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전형이다. 
 
호밀이 구조 당시 호밀이가 뜬장 안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털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라 엉켜있다.
호밀이 구조 당시호밀이가 뜬장 안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털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라 엉켜있다. ⓒ 동물자유연대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견 호밀이, 구조 직후 모습 호밀이는 뜬장 밖을 나와 단단한 땅을 밟았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견 호밀이, 구조 직후 모습호밀이는 뜬장 밖을 나와 단단한 땅을 밟았다. ⓒ 동물자유연대
 
마트, 펫샵, 인터넷 등에서 팔리고 있는 작고 어린 동물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 동물이 팔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외면하고 묵인하는 사회에는 수많은 호밀이의 삶이 있다.

매년 전국에서 버려지는 유기 동물 10만 마리

호기심에, 귀여워서, 사랑하는 마음 등 단순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쉽게 선택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포기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듯 이야기한다. 

실제로 한 반려동물 분양 사이트의 '무료 분양'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던 반려동물을 무료로 분양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유료 분양' 게시판에는 견종과 가격별로 150여 마리가 넘는 새끼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조차도 한 사이트 내에 등록된 글이다.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구조 속에서 수많은 동물은 가족에게 '곤란한' 존재가 되거나 클릭 한 번, 전화 한 번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

매년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평균 10만 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13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 

하지만 이는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집계되는 통계일 뿐, 적어도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버려지거나 유실되는 것을 뜻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어나고 있던 셈이다.
 
호밀이 현재 모습 호밀이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ON)에 입소하여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고 있다.
호밀이 현재 모습호밀이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ON)에 입소하여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호밀이 온 센터 생활 모습 호밀이가 활동가를 반겨주고 있다.
호밀이 온 센터 생활 모습호밀이가 활동가를 반겨주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번식장의 동물은 어떻게든 버려진다. 반복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거듭하며 몸이 망가지고 '생산'을 해내지 못하는 동물은 어디론가 팔려 가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번식장과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가게 된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작고 어릴 때 팔리지 않아 '상품 가치'가 떨어진 동물들은 처분해야 할 대상이 되며,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 번식 도구로 전락하거나 다른 쓸모로 되팔린다. 펫샵의 작고 어린 강아지가 환영받을 때 번식장의 동물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후에야 뜬장을 벗어날 수 있다. 무분별한 번식과 매매의 악순환은 결국 어떻게든 버려지는 삶을 만들어낸다. 

동물생산/판매업은 유기동물과 수많은 호밀이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번 고양시 불법 번식장 이야기와 호밀이의 사례를 통해 누군가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법 개정을 통해 번식과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답은 이 모든 것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보호자에 대한 비판보다 필요한 것은 동물생산/판매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동물을 쉽게 사고팔며 버려지는 악순환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수많은 호밀이의 흔적에서 발견되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 물건을 생산하고 처분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반려동물 시장의 풍토를 우리의 힘으로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입양 문화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호밀이 온 센터 생활 모습 호밀이가 활동가의 손에 발을 얹고 있다.
호밀이 온 센터 생활 모습호밀이가 활동가의 손에 발을 얹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대하는 문화가 계속되는 한 호밀이 사례는 수백, 수천 개 생겨날 수 있다. 작년 유기동물 13만 마리, 매일 동물 한 마리가 입양돼도 356년이 걸리는 숫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동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돈만 지불하면 쉽게 갖고, 사정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는 것으로 동물의 삶을 대하지 말자.

입양 과정은 구매 과정보다 지난하고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준비된 사랑은 오랫동안 당신과 동물의 삶을 따뜻하게 만든다.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문화를 근절하고, 입양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나부터 시작해 나의 주변, 주변의 주변까지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가 당연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

호밀이는 7~8년 전 2~3개월경 펫샵에서 구매되어 1살 경 다시 펫샵에 되팔렸다. 호밀이의 현재 나이는 8~9살이다. 구조 당시 상태로 보아 번식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란 털을 벗어내고 해맑은 표정으로 사람을 반겨주는 호밀이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을까? 호밀이와 평생 사랑으로 함께할 가족을 기다린다. 자세한 내용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호밀아! 손!" 호밀이가 활동가의 손 위에 발을 얹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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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ON) 이민주 활동가입니다. 해당 글은 동물자유연대 공식 홈페이지 [온 이야기] 게시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동물자유연대#고양시불법번식장#동물생산판매#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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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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