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시시각각 홍채의 색깔이 변하는 태양
퉤,퉤,퉤,퉤,퉤 침을 뱉어대는 바다
사방으로 튀는 침방울
좌판 위에서 잠을 깨는 물고기
썩어갈수록 싱싱해지는 핏빛 물고기 눈알
살 떨리게 몰아세우는 시시각각(時時 刻刻)의 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은 혀
요원한 독순술
요원한 G 스폿, 시(詩)여
매 순간이 아사(餓死) 직전인
구멍 없는 매춘부!
김언희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 <GG>(현대문학 간)에 실린 시다. 김 시인은 이 시집에 30여편의 시와 함께 한 편의 산문("니르바나 에스테틱")을 실어 놓았다.
김 시인은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않는 배설물과 성기, 성행위 등의 언어를 가져와 억압받고 왜곡된 것들에 대한 현실을 고발한다.
이번 시집에도 김 시인 특유의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이 빳빳하게 살아 있다.
시인은 산문에서 "요 며칠 새벽이면 헤드셋을 목에 두르고 강으로 나가오. 김소희의 '구음(口音)'을 듣고 싶어서. 정확히 12분 24초. 한 예술가가 자기 기량의 정점에서 원도 한도 없이 혼을 내지르는 소리"라고 했다.
이처럼 김 시인은 언어를 쉽게 뽑아 올리는 게 아니라 '구음'처럼 피를 토하듯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내뱉고 있다.
시인은 "사랑은 방사성 폐기물"이라 했다. 방사성 핵원자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半減期)처럼 말이다. '우라늄'의 반감기가 45억년이다.
반감기
나는 불어젖혔어, 사랑을, 색소폰처럼
불어젖혔지, 불멸의
색소폰을
온몸의 뼈다귀들이 필라멘트처럼 빛을 낼 때까지
불어젖혔어
당신을
불다 불다 내 머리통까지
불어 날렸어
사랑은 방사성
폐기 물질
반감기가 오기까지
45억 년이
걸리지
김언희 시인은 198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는 시집 <트렁크>와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를 펴냈고, '박인환문학상'과 '이상시문학상', '시와사상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