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늦었지요
내 몸이 말하는 걸 듣고서야
나사 하나만 헐거워도
온몸 비틀어 삐걱삐걱 말을 쏟아내는
그라인더를 어루만져줄 줄도 안다네
내 몸이 말하는 걸 듣고서야
긴 가뭄에 목말라 타들어가는
나팔꽃 한 줄기에
측은한 눈길 건네게도 되었다네
내 몸이 말하는 걸 듣고서야
당신 한 쪽 어깨가
무겁게 처져 있는 까닭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네
참 늦었지요?
표성배 시인이 새 시집 <자갈자갈>(도서출판 b 간)을 펴냈다. 그의 아홉 번째 시집 제목인 '자갈자갈;은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다.
이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69편이 실려 있다.
'마창노련문학상'을 받는 표성배 시인은 공장 노동을 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그동안 생산해낸 시집을 통해 주로 공장 노동자의 정서를 드러내는 시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의 이번 시집에는 맑고 산뜻한 서정적인 시들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맹문재 시인은 해설에서 "표성배 시인은 노동자가 소외받고 있는 그 상황을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다. 명분으로 극복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종속된 노동자의 형편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표성배 시인은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았고, 시집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등을 냈으며, 시산문집으로는 <미안하다>가 있다.
밥상 앞에서
들르기만 하면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볶으시고
밥을 꾹꾹 눌러 고봉으로 푸시고는
꼭 한 말씀 하신다
무겄다 싶꺼로 묵어라
밥을 좀 덜어내려 하면
버럭, 화부터 내신다
고마 무거라
밥 심빼이 더 있나
정 몬 묵겄다 싶으모 냉기고
한 숟갈 두 숟갈 떠넘기다보면
어머니 말씀처럼
밥그릇을 싹 비우고 마는데
언제 밥그릇이 빌까
마음 쓰시던 어머니는
얼른 당신의 밥그릇에서
한 숟갈 더, 덜어주시며
한 말씀 더 하신다
한창 때는 돌아서마 배고픈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