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일 오후 7시 20분]
2일 오후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춘추관 2층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이 관계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 12명(노 실장 포함)에게 7월 안으로 1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처분하라고 다시 권고했다고 전했다.
노 실장은 지난 2019년 12월 16일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라고 권고한 바 있다(관련기사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비서관 이상 1채만 남기고 처분" 권고).
첫 처분 권고 후 6개월 동안 '무처분'
그런데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정기 재산변동사항 관보에 따르면,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 가경동 소재 아파트 2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1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해놓고 정작 자신은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물론 노 실장이 처음 청와대 다주택 소유자에게 부동산 처분을 권고했을 때 그 기준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보유"였다. 이 기준에 따르자면 '수도권 1채, 비수도권 1채'를 보유한 노 실장은 처분 권고 대상은 아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은 수도권 내 1채, 나머지는 비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실장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에 동참하자며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해놓고 정작 자신의 부동산은 처분하지 않는 행보가 계속 언론과 여론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는 노 실장이 지난 2019년 1월 비서실장에 취임하면서 "청와대에 걸려 있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글은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사자성어다"라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 '춘풍추상'은 '자신에게는 엄정하게, 남에게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관련기사 :
노영민 신임 청 비서실장의 일성 "춘풍추상, 비서실 모두 되새겨야할 말").
40여분 만에 '반포 아파트에서 '청주 아파트'로 바뀌어
앞서 언급한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청와대의 다주택 보유자는 대부분 (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이젠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라며 부동산 처분을 재권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 실장이 스스로 반포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라며 "그간 주택을 팔려고 노력했으나 쉽게 팔리지 않았고 이번에 급매물로 내놨다"라고 설명했다.
45.72㎡(13.85평) 규모에 2억9500만 원(올해 신고가액)인 반포아파트(한신서래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신고가액은 지난 1년 사이 6400만 원이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시세는 9억 원대에 이른다. 반면 134.88㎡(40.8평) 규모의 청주아파트('진로아파트')는 2억 원대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자가 이렇게 말한 지 40여 분 만에 노 실장이 처분할 주택은 '반포아파트'에서 '청주아파트'로 수정됐다.
결국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 52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브리핑 내용 전달에 착오가 있었다"라며 "노영민 비서실장은 어제 이미 청주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제 실수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다"
노영민 실장이 처분할 주택을 '반포아파트'에서 '청주아파트'로 수정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것은 제 실수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다"라며 "노 실장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반포아파트에는 노 실장이 아들이 살고 있고, 청주아파트는 비어 있어서 빈집인 청주아파트를 팔게 된 것이다"라며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 실장은 주택을 처분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노 실장이 희화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