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흥행(E-6) 체류자격으로 공연활동에 종사해오던 8명의 이주민들(입국, 2018~2019)은 지난 3월부터 공연업소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실직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후 소속 연예기획사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던 중,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 흩어졌고 일부는 귀국항공편이 마련되기를 기다리며 숙소에서 굶주림을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사관에 항공편 마련을 신청하고 대기하는 이들이 많아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공연계약서를 검토해보니 연대책임 등 부당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공연료 편법지급과 체불, 숙식제공 의무방기 등 계약위반사항도 다수 발생한 상태였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주민들이 털어놓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경남이주민센터(이사장 선종갑, 대표 이철승)와 14개 교민회로 구성된 경남이주민연대는 15일 낸 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사면초가. 이주민 지원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대유행 상황을 맞아 매우 혼란스럽고 힘겨운 시절을 지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기회로 만드는 도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고 한 이들은 "마땅히 인간존중과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연대와 협력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하건만, 정부의 재난대응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차별적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집단이기주의에 기초한 차별과 혐오라는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 곳곳에 함께 창궐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주민들의 사례
경남이주민센터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주민들을 마주하였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 4월 일반연수(D-4)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여 수산물가공업체에서 근무하던 R씨 등 7명은 지난 4월에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이후 계약기간을 추가연장하기로 하여 3일간 더 일을 하던 중 코로나19로 회사가 1주일간 폐쇄되면서 추가연장이 무산되었다.
이들은 이후 항공편 중단으로 귀국도 하지 못한 채 숙소에서 무작정 대기 중인 가운데, 회사 측은 1달에 한 번 1주일 분량의 식재료만 제공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경남이주민센터는 "연수계약서와 실제근로내역을 비교해본 결과, 사실상 연수를 가장하여 노동력 보충수단으로 도입한 후 편법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전제로 볼 때 임금체불 및 최저임금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발생한 상태였다"고 했다.
2016년 1월에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여 금속가공업체에서 근무해오던 S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지난 5월말 해고되었다.
그는 고용지원센터에 업체변경을 신청했지만 체류기간(2020년 11월까지)이 얼마 남지 않아 사실상 구직은 불가했고, 결국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려고 했으나, 항공편마저 중단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현재 친구 집에 얹혀 살면서 조금씩 돈을 빌려 곤궁히 생활하고 있으며 귀국항공편 마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2015년 7월 입국한 N씨는 자동차부품업체에서 근무해오다 지난 5월말 체류자격 만료로 퇴사한 후, 귀국하려 했지만 항공편을 구할 수 없어 기숙사에서 대기 중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홀로 계신 고국의 어머니가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호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여, 귀국 항공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2015년 7월 입국한 Y씨는 제지공장에서 근무해오다 지난 6월말 체류자격 만료로 퇴사하여 귀국하려 했지만, 항공편을 구할 길이 없어 며칠간 친구 집을 전전하던 중 경남이주민센터 쉼터에 입소를 청하였다.
Y씨는 취업이 불가한 상황에서 출국대기가 길어진다면 생활고를 염려할 수밖에 없기에, 속히 항공편이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항공편 중단 등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여"
이같은 사례들에 대해, 경남이주민센터는 "현재 상당수 이주민이 코로나 여파로 인한 실직, 사회안전망 부재, 항공편 중단 등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이들은 "오죽하면 코로나 여파로 실직한 이후 노숙하던 이주민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택시강도 사건을 벌였겠는가"라며 "그의 선택과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지만, 반성은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대책과 관련해 경남이주민센터는 "정부는 주한대사관들과 적극 협의하여 귀국항공편을 조속히 확대하라", "부득이한 체류가 지속될 경우 일시취업이 가능한 특별체류자격을 부여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여 재난긴급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서울시를 거울삼아, 위기 이주민에 대한 긴급재난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국회는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차별적 행정을 바로잡고 인간존중과 포용의 가치를 조속히 실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