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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6월 18일 오전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6월 18일 오전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교육에서 대학입시가 가지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블랙홀'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적 논의를 빨아들이고 심지어는 무력화시키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죠.

자기 자식을 남과는 좀 다르게 키워보고자 하는 부모라도, 본인 스스로의 길을 가도록 키우고 싶은 부모라도 대학입시 앞에만 서면 급해집니다. 미리미리 준비시키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그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이어질 것 같은 조바심을 대한민국 부모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한 진보교육감도 '왜 자녀를 특목고에 보냈냐'는 일침에 머쓱해진 적이 있는데요. 그만큼 대학입시를 앞에 두고는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일단은 명문대에 합격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대학입시라는 명패 앞에만 서면 모든 철학과 신념과 가치관에 일대 혼란을 가져옵니다.

우리의 대학입시가 가지는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대학입시 정책이 우리 교육에 일정부분 기여해 온 점도 있고, 우리 교육 자체를 망가뜨린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입시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우리 대학입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대학입시 역사에서 '변곡점'이라고 할 만한 사례들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입시의 그늘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의 대학입시가 가진 구조나 환경 등을 점검하고 대학입시에서 지켜져야 할 정도와 변칙을 토대로 우리의 대학입시가 가야 할 방향 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입시의 6가지 특징
  

대학입시는 초·중·고 12년간 교육받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인지, 인재를 뽑기 위한 선발 평가인지 상관없이 우리 교육을 뒤흔들어왔습니다. 고등교육을 뒤흔드는 대학입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며, 아파트 층간 소음처럼 위층에 사는 대학이 아래층 고등학교에 부리는 행패 같기도 합니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간에 형성된 '갑을문화'가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의 대학입시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자주 바뀌어 왔다는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우리의 대학입시제도는 변해왔어요. 해방 이후 대학입시제도는 시험점수 위주의 평가체제로서 기본적인 전형자료를 만들어내는 고등학교 내신, 학생 선발 주체인 대학에서의 대학별 고사, 공교육 제도 운영의 주체로서 국가 관리시험으로 구성된 각 시험의 성적과 비중이 변화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16차례 수정 보완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문제는 최근의 대학입시 행태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매년 바뀌다시피 해왔다는 것인데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이니 수시모집이니, 그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천차만별입니다. 그에 따라 수험생이나 교사들이 느끼는 체감 변화 속도나 입시 난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난 문민정부 이래 모든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을 표방하면서 교육입국을 강조하였습니다. 집권한 정부는 자신들의 교육관에 따라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대학입시에 칼을 댔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대학입시가 바뀌어 온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특히 그 관심은 대학입시제도에 쏠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31 교육개혁, 2002 대입제도 개선안, 2008 대입제도 개선안 등 역대 정권이 개혁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고등학교 교육은 출렁거렸습니다. 대학입시가 자주 바뀌다 보니 이참에 대학입시를 법으로 묶어 놓는 건 어떨지도 생각해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요, 앞으로 대학입시는 이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국가와 대학 간의 한판 싸움이 우리의 대학입시입니다. 대학입시가 가지는 사회적 무게를 생각해 국가는 공공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대학은 어떻게 하면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율성의 가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는 대학입시가 최소한 학교 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공공성의 입장을 견지했으나, 대학은 자기들 스스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며 본고사의 부활을 줄기차게 시도해왔습니다.

대학입시의 기본은 대학이 알아서 뽑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국가가 자꾸 대학입시에 간섭하는 이유는 대학입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일 정도로 사회적 책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는 입신출세의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또한 대학의 공고한 서열구조와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 따른 명문대 지향의 욕구가 결코 달갑지 않은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관련된 국가대사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경우 감당하기 힘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므로, 국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학입시에 뛰어들 수밖에 없죠. 결론적으로 국가는 대학에 좋은 일을 해주고 쓴소리만 먹는 구조에 놓인 거죠.
  
노무현 정부의 방과 후 교육이 실패한 원인
    
 
 6월 1일 오후 목동 학원가.
6월 1일 오후 목동 학원가. ⓒ 연합뉴스
 
세 번째 특징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대학입시는 사교육과의 전쟁입니다. 우리의 대학입시 역사는 사교육과의 전쟁사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대학입시 정책의 초점은 사교육비 경감에 맞추어져 왔습니다. 특히 2000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 과외 위헌 결정 이후 사교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사교육을 아예 공교육 내로 끌어들이는 방과후 학교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사교육을 하자는 논리로 EBS 수능 강의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런저런 노력도 다 허사로 돌아갔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우리는 '공교육의 내실화'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아무리 공교육을 내실화한다고 해도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특징은 남보다 앞서나가려는 심리에서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남들과 같이하는 방과후 교육이나 EBS 같은 교육에는 사람들의 성이 차지 않는 것이죠.

2016년 경기도에서 76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가 41.6%로 가장 많았고, '남들이 하니까 안 하면 불안해서'가 17.8%,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가 14.2%, '학교수업 수준이 낮아서'가 9.1%였습니다. EBS 수능강의 같은 처방으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는 이유인 거죠.

특히 2000년대 들어 수시모집의 비중이 크게 증가해 입시가 복잡해지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이제 오늘날의 사교육은 초등학교로 옮겨붙었는데요. 이유는 1990년대 중반의 특목고 열풍, 2000년부터 시작된 자립형 사립고, 2010년부터 시행된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른 자사고, 영재고, 국제고등 폭발적으로 늘어난 귀족학교들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아이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옆집 아이가 받는 과외 때문에 항상 불안한 것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입니다.

네 번째 특징으로는 입시의 한류를 들 수 있습니다. 입시의 한류라고 하니 잘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겠네요. 입시에 웬 한류 타령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나라 입시는 유교권의 다른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변화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그래서 입시의 한류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의 대학입시도 변해왔습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대학입시 변화를 큰 틀에서 보면 '시험에서 전형으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력고사나 수능처럼 100%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최근에는 특차전형 수시전형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등 시험 이외의 다른 요소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화되어가는 21세기에 맞게 대학입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의도인 거죠. 이는 일본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권의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대목일 정도로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입시의 한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대학의 서열화 및 양극화입니다. 우리는 인문계열 대학 순위를 말할 때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라고 합니다. 서울소재 대학들의 서열은 5.31 교육개혁 이후 더욱 공고해진 반면, 지방에 있는 무명의 대학들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대학의 서열화 양극화가 나타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5.31 교육개혁 당시 도입된 '대학설립 준칙주의' 때문입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대학의 설립요건을 완화해준 조치입니다. 대학답지 않은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대학의 서열이 더욱더 공고해진 것입니다. 또한 대학 서열화의 원인으로는 '서울대 해바라기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대학이 서울대 흉내를 내면서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나열해 자기 대학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 자연스럽게 서열이 매겨지는 형국입니다.

꼬리의 몸통 흔들기

여섯 번째 특징은 지나칠 정도로 나타나는 꼬리의 몸통 흔들기입니다. 대학입시는 엄연한 평가인데, 그 평가가 학교 교육과정을 흔드는 식 인 거죠. 우리 사회의 과열된 교육열과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위상으로 인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라면 고등학교 교육의 파행쯤은 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거래가 존재합니다. 당국과 학교 간, 관리자와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에 암묵적인 거래가 존재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대학입시의 모습은 마치 층간소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층에 사는 대학이 아래층에 사는 고등학교를 못살게 구는 것이 대학입시입니다.

고등학교 교육은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하면 되고 평가는 그 차후의 문제인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된 형태이죠.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한 명의 제자라도 좋은 대학에 더 보내고 싶어 애를 태우지만, 대학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큰 비용 안 들이고 아이들을 뽑아 갑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수능만 해도 그렇죠. 국가가 세금을 들여가면서 주관하고 감독도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다 해주고 대학은 점수만 가져가는 꼴입니다.

#대학입시#빛과 그림자#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김재훈의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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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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