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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
도시락 ⓒ pixabay
올해 닥쳐온 코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새 친구들을 만들어주었다. 그들의 평균 나이는 70대다. 연초에 봉사활동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현장에 갔다가 그들의 또 다른 활동처인 무료급식소를 알게 되었다. 봉사한 기간으로는 새내기에 불과한 나인지라, 올해부터 무료급식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지금껏 여섯 번째로 급식처를 찾았다.

무슨 일을 하든, 처음엔 언제나 두려움이 생긴다. 그런데 이 활동의 첫 만남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활동하는 분들의 나이가 평균 70대였고, 심지어 내 친정엄마와 같은 동년배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환대는 말 그대로 친정엄마가 품어주는 따뜻함 같았다. 50대 중반인 나를 두고 "젊은이가 기특하네"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불 앞에서 고기를 볶은 후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는 나를 보고 "어이고, 고생했어요. 힘들지"라고 등을 토닥토닥,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오늘도 새 친구들을 만났다. 어느덧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고 고백하니 "우리가 더 좋지. 젊은 사람들과 이렇게 활동하고 얘기하고 맛난 밥 먹고, 이런 게 행복이지"라고 답했다. 코로나 전에는 식판에 밥을 준비했는데 올해부터 평균 350여 개의 도시락으로 준비한다. 수령자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지만, 실제로는 모여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락을 받아간다.

장맛비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도 여전히 조리장님이 고기를 볶을 때 일손을 보탰다. 대여섯 종의 반찬이 만들어지면 내 70대 친구들을 포함하여 봉사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렬하여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담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히려 수령자의 수가 더 늘어서 추가로 20여 개를 더 만들었다.

도시락 전달이 끝나면 봉사자들이 점심을 먹는다. 당신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들도 함께 펼쳐진다. 비 오는 날은 역시 부침개가 최고라고, 당신 텃밭에서 자란 풋고추를 송송 썰어서 애기 손바닥 크기로 먹기 좋게 둥근 고추전을 부쳐왔다. 

소풍을 즐기는 실버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중고등 학교 시절 재잘대던 소녀적 얼굴 그대로다. 오늘따라 그분들의 재담과 웃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이분들은 어떻게 이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올까. 궁금해서 간단하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 한 기쁨이 없지"

"이모님들, 제가 오늘 모습을 글로 쓰고 싶은데요, 간단하게 대답해 줄 수 있으세요? 식사 하시면서 편하게 인터뷰에 대답해주세요."
"인터뷰? 우리가 뭘 알간디. 우린 말도 잘 못 혀. 그냥 보는 대로 써요."


그래도 쓰지 말라는 말씀은 안 해서 "허락하시는 걸로 알게요"라고 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모님, 이름과 나이는요. 그리고 이곳에서 봉사활동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아이고 쑥스럽네. 내 이름은 황OO이고 나이는 78세지. 나는 원래 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일을 했는데, 정년 61살 이후부터 봉사활동을 하게 됐지."
"저의 친정엄마하고 동갑이세요. 사실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요, 이곳에 오실 때의 마음은 어떠세요?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야 하고요."
"정년 후 갑자기 하던 일이 사라지니까 너무 허전했지. 다행히도 이런 봉사단체를 알게 되고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서 친구를 사귀게 된 거지. 사실 나이 들면서 가장 심려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지, 어떤 일의 많고 적음이 아니야. 만나는 사람과 즐거우면 하는 일도 즐겁지. 여기 이 친구도 나랑 동갑인데 같은 활동을 하면서 서로 큰 의지가 되고 그래."


앞에 계시는 다른 분을 가리키니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님의 이름도 알려주시고, 봉사활동 하시면서 힘들었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도 말씀해주세요."
"내 이름은 김OO이고 나이는 77세요. 나는 학교에서 일했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명예퇴직을 했어요. 그런데 지인들이 봉사활동을 권해서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건강이 회복되었지. 처음에는 자식들도 힘드니까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활동이 약이 되었다고 지지해주고 있다우. 봉사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더 좋은 기억, 더 나쁜 기억은 없어. 왜냐하면 모든 활동에 다 의미와 보람이 있어. 이렇게 일할 수 있는 매 순간이 고맙지."


두 분의 옆에는 60대와 70대의 다른 봉사자들이 귀를 쫑긋하고 두 분의 대답에 맞장구를 쳤다. "맞어. 그렇지. 우리도 그래. 건강만 허락하면 죽는 날까지 같이 하고 싶지"라고 한결같이 대답했다. 또 어떤 이는 "우리들보다 덜 건강하고 다소 불편한 사람들에게 이렇게라도 먹을 것을 나눈다면 그것보다 큰 기쁨은 없지. 정말 기쁘고 즐겁지. 이렇게 살다보면 저절로 건강한 백세가 되지 않겠어?"라고도 했다.

노년의 나이를 바라보면 내 젊음이 한 잎, 두 잎씩 떨어져 나가는 듯 마음에 우울할 때가 있다. 특히 종종 신체적 아픔을 느낄 때는 자식 걱정에, 경제적 활동이 부족한 노년 걱정에 더더욱 주름이 짙어진다. 그런데 인생에 경종을 울리는 이런 선한 자극제가 있다.

20여 년의 나이 차이를 가진 인생의 대선배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삶의 모습에, 나 역시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오늘도 배웠다. 지식만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끝났다. 지혜로움으로 노년을 준비해 한다. 나 혼자의 세상을 벗어나 서로 의지처가 되어야 한다. 하늘로 뻗어나가는 칡덩쿨처럼, 내 품도 내어주고 네 품도 받아보는 세상에 살아야 한다.

#무료급식센터봉사활동#백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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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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