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자체 공정조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일 "경기도의 공정·투명 지방조달 분권화 시도를 환영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경실련은 이날 경기도 기업 10개 중 9개가 공정조달시스템을 "이용하겠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인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힌 뒤, "지방조달 분권화로 중앙조달 독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지방조달 필요성에 대한 논리 보완, 운영 등 소요비용에 대한 효과검증, 시설공사에 대한 추진 방안 병행 등 경기도 지방조달 분권화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재명 "조달청 독점하는 조달시장, 합리적 경쟁체제 만들어야"
경기도는 지난달 2일 민선 7기 후반기 제1호 공정 정책으로 가칭 '공정조달기구'를 설치하고,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공정한 조달시스템의 자체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지방정부나 지방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의 선택지를 늘려 건전한 공정조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나라장터의)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의 조달시장을 조달청이 독점하고 있다며 조달시장에도 합리적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9일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경쟁이 배제되면 부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조달체계에도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또 "실제 나라장터 물품 가격 비교를 해본 결과 시장가보다 더 비싼 경우가 90개 발견됐다. 대량 구매하니까 더 싸야 하는데 강제로 비싸게 사는 것"이라며 "독점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울 수 없게 국회와 정부와 협의해 가능하면 법률개정을 해서 합리적 경쟁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내 기업과 공공기관도 조달청의 조달시스템 독점으로 인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가 지난달 2~15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주한 250개 기업과 미입주 기업 250개 등 500개 기업과 3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업의 90%, 공공기관의 80%가 공정조달시스템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리서치,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는 기업 ±4.4%p, 공공기관 ±13.1%p)
경실련 "지방조달 행정, 지방공무원의 적극적 추진 의지 필요"
경실련도 그동안 예산 낭비를 묵인·방조하는 중앙조달의 독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해 국회가 나설 것을 요구해왔다. 조달청이 2018년경 발주한 3,000억 원대 한국은행 별관 신축공사에 대한 낙찰자 선정 시비가 발단이 됐다. 경실련은 "당시 조달청은 500억 원이나 비싼 업체를 선정하고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항변에만 몰두해 왔다"며 "만약 중앙조달 행정이 지방조달 행정과 건전한 경쟁 관계에 있었다면, 500억 원이나 높게 입찰한 업체가 낙찰되는 기이한 입찰제도에 대하여 제도개선 등의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하지만 당사자인 중앙정부는 실효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국회 또한 별다른 입법행위가 없어 중앙조달 독점 문제는 흐지부지되려고 했다"면서 "이러한 참에 지방정부 중에서 유일하게 중앙조달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방조달 분권화를 추진하려는 경기도 의지 표명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경기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 이용 의향이 매우 높지만, 1995년 조달사업법이 시행되면서 중앙조달 집중화가 시행되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깊은 고심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공정하고 투명한 지방조달 분권화 시행을 위해서는 행위주체인 지방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이재명 도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조달 분권화는 단순히 조달수수료 절감이 아니라 지자체 조달시장의 공정성·투명성·효율성 등의 복합적 효과를 위해 추진되어야 한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치밀한 논의를 거쳐 지방조달 분권화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거듭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