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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 부품 가공에 사용하는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의 모습(자료사진)..
 휴대전화 부품 가공에 사용하는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의 모습(자료사진)..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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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파견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건을 일으킨 업체들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 전정훈·김영신씨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대리인 오민애 변호사는 "법원에서 우리의 청구 내용을 대부분 받아줬고,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피고들이 항소를 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지금이라도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파견노동자 전정훈·김영신씨는 2016년 1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도움을 받아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앞서 다른 파견노동자 3명은 같은 해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전정훈·김영신씨의 소송은 늦게 시작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더 빨리 나왔다.

삼성과 LG 휴대전화의 부품을 제조하는 하청업체에는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파견노동자들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를 이용해 부품을 가공한다. 공작기계 내부에서는 절삭공구가 알루미늄 부품을 가공할 때 절삭유가 쏟아져 나온다. 절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매끄럽게 가공하기 위해서다.

전정훈·김영신씨가 다닌 업체에서는 절삭유로 메탄올을 사용했다. 가격은 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메탄올은 인체의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을 망가뜨리는 독성 물질이다. 이들 업체는 파견노동자들에게 메탄올의 위험성을 알리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불법 파견이었다. 파견법은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파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받았다.

이날 승소는 나머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을 지원한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파견노동이라는 이름 아래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실명을 당한 두 노동자의 4년이 오늘 판결을 통해 인정받고 보상받은 것 같다, 사건 시작부터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메탄올 실명 노동자들이 보다 힘을 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같은 사고로 실명을 한 다른 피해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법원에서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줬으면 한다"면서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 이후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 특히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보다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7년 메탄올 실명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고, 이 사건의 형사재판을 추적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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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 실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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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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