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의협 법제이사 측에서 상세한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겠다. 공정거래법은 무죄가 선고된 판례가 있기에 여기에 기초해 법리적으로 대응하겠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 정책을 두고 충돌하는 가운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 회장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흔들리지 말고, 파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는 총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이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피해를 보는 환자들에게는 "국민 여러분도 의사들의 주장에 귀기울여 달라"라고 호소하며, 기존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이날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시작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가지 정책을 철회하라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정부와 의협은 26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의협은 파업을 강행, 이미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에 개원의까지 파업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선배 의사들 이번에 무조건 함께 해줘야"
최 회장은 26일 오전 의협 유튜브를 통해 중계된 '전국의사 총파업'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이어 "의사에게 진료 명령을 내린다는 자체가 의사들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조치다"라면서 "조만간 이 법에 대한 위헌 소송 등을 통해 반드시 폐기하도록 만들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정부가 무리한 행정 처분을 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을 통해 강력하게 저항하겠다"면서 '무기한 총파업'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낮 12시께 SNS에 공정위 고발과 업무개시명령 등에 대해 "감옥은 내가 갈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전 긴급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전 8시를 기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진료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처다.
정부가 전공의·전임의에게 의료법 59조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 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료인이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역시 의협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은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한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가 1, 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시행한 것은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정부의 강경대처에 개원의 등의 파업철회를 우려한 듯 의협은 재차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선배 의사들이 이번에 무조건 함께해줘야 한다"면서 "(선배 의사들이) 평생 환자에 투신해왔는데, 단 3일간 파업이 후배들에게 도움된다면 동참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많은 의사가 파업하면) 법적처벌도 피할 수 있다"라고 했다.
서민 "아는 사람 의대 쉽게 넣으려고 정책 만들었나"
"대통령님, 기생충보다 못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해주십시오. 제가 원래 지지했단 말이에요. 이게 뭡니까 지금."
이날 유튜브로 진행된 총파업에 참여한 서민 단국대 의대교수(기생충학과)는 의대정원을 확대하려는 정부를 '기생충보다 못하다'라고 비난했다. 기생충마저 숙주 안에서 최대한 조용히 사는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사(숙주)를 뒤에서 공격했다는 뜻이다.
서 교수는 "이번 정부 너무하다, 우리의 현재를 이미 거덜냈고 미래까지 거덜내고 있다"라면서 "의대생 선발을 할 때, 시민사회단체 추천을 받는다는데 아는 사람의 자제를 편하게 의대 넣기 위해 (정책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대 관련 사실을 설명한 카드뉴스를 제작하면서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에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는 문구를 넣으며 불거진 논란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예시'일 뿐, 정해진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5일 보건복지부는 참고자료를 통해 "공공보건의료분야 의무복무(원칙 10년)의 특수성을 감안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겠다는 측면에서 예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결정된 바는 없고,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전국의사 총파업'에 출연한 표진인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불안장애'로 폄하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공포가 심한거 같다, 불안을 굉장히 공포스럽게 만드는 게 바로 불안장애"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코로나19에) 괜찮다, 그다지 많이 (코로나19에) 걸리지도 않았다"라며 "코로나는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는 대상이다, 걸리더라도 완치될 거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라"라고 덧붙였다.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307명이다. 이는 전날보다 40명 늘어난 수치다. 지난 14일 이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5일 치료 중이던 환자 2명이 숨져, 누적 사망자는 312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