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만나 "(장관 취임 이후) 인도 협력, 사회문화 교류, 작은 교역에 대한 구상 등 작은 걸음을 하나하나 옮겨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남북관계가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로 정 수석부의장을 예방했다. 장관 취임 후 한달 만이다.
이 장관은 앞서 정 수석부의장이 '달빛에 볏단을 옮기듯 사람과 물자가 오가다 보면 어느새 큰 강을 이뤄서 남북협력이라는 큰 기회를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다'면서 "그 말씀이 제 마음에 길잡이처럼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정 수석부의장은 '두드려라. 열릴 것이니'라는 속담을 인용해 작은 일이라도 통일부가 할 수 있을 일을 꾸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기본적으로 북쪽에 남쪽에 일종의 방어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작은 걸음의 정책(Politik der kleinen Schritt)'을 언급했다.
작은 걸음의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독 정부의 전진적 변화를 이끌어내 독일 통일을 가져올 수 있게 했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금은 (북한이) 진정성을 인정 못 하는 단계"라며 북한에 진정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근거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그 예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꼽았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고 장관께서 작은 걸음을 꾸준히 옮겨나가면 북한도 '4.27 선언, 9.19 선언도 확실히 이행이 됐구나'고 인식하고 그때부터는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에 대한) 통일부의 정책 방향 의지는 분명하다"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속도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제가 몸담은 정당 의지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작은 것을 하더라도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 남북 간에 합의하고 약속했던 것, 약속과 합의를 실천하는 과정의 길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