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일 낮 12시 45분]
"존경하는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철 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1일 밤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두고 "철 없는 얘기"라고 비난한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의 주장에 동조한 것에 대한 유감을 강하게 표한 것이다.
이 지사는 "(임이자 의원의 발언에)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그렇다'며 맞장구 치시고 급기야 '책임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하셨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제 주장은) 재정건전성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하는 건 아니라며 지급여력이 충분함을 강조한 것인데 (임 의원은)이 발언을 비틀어 제가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다"면서 홍 부총리의 '경솔함'을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사사건건 정부 정책 발목 잡고 문재인 정부 실패만 바라며 침소봉대·사실왜곡 일 삼는 통합당이야 그렇다 쳐도 정부 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며 "설마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과 비난에 동조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재정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4분의 1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존경하는 홍 부총리님께서 '철 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홍남기 질책' 쏟아져... 공식 사과 요구까지
이 지사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홍 부총리의 경솔한 답변을 질책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진성준 의원(서울 강서구을)은 1일 새벽 본인 SNS를 통해 "(홍 부총리의 발언은) 참으로 경솔한 답변"이라며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분이니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소신이 있을 법도 하지만 자신의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임이자 의원의)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왕에 2차 재난지원금을 중하위 소득계층에 지급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국민 지급론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책적 이견은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설득할 사안이다. 뜻이 다르다고 비난을 앞세우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며 "홍 부총리께서는 언행에 신중하시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을)도 본인 SNS를 통해 "국가부채율 숫자만 부동켜안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며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에 대한 사과 요구도 나왔다. 같은 당 이규민 의원(경기 안성시)은 본인 페이스북에 "1천만 경기도민이 선택한 도지사의 뜻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철이 없다', '책임감 없다'라는 식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홍 부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국회 예결특위라는 공적 영역에서 '철이 없다'는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국민을 모독한 것이고 여전히 국민적 의견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정부 관리로서 합리적으로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고 '책임감이 없다'고 단정한 부분도 불쾌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했다.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시)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리를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을 대상으로 "(홍 부총리의 발언은)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차관은 "부총리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