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1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가 환경부에 시정을 요구하며 내놓은 입장이다.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의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지난달 27일 재입법 예고하자 사참위가 다시 한번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월 2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사참위는 입장문을 통해 "환경부가 재입법 예고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시행령은 피해지원 확대와 특별유족조위금, 장해급여 등 핵심적인 사항이 당초 입법 예고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라며 "시행령이 왜곡되어 지원이 축소된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 23일에도 사참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당시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이번 시행령은 피해구제 확대 예측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는 시행령이자,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시행령"이라며 "환경부는 국회가 개정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려 피해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20개 항목을 지적했다.
이날 사참위는 '피해지원 확대'를 시정 요구했다. 환경부가 재입법 예고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의 하위법령인 시행령에는 피해지원과 관련해 '피해 지원 확대의 경우 개별 심사를 원칙으로 하되, 건강보험료 청구 자료 활용으로 확인 가능한 피해자는 신속하게 심사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참위는 "이는 현재 피해인정 신청자 6837명 중 총 3169명에 대해서만 신속 심사하고, 나머지 3668명에 대해서는 개별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이들 3668명에 대한 개별심사의 기준과 일정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참위는 "정부의 손해배상 절차와 별도로 피해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됐기에 손해배상에 필요한 역학적 상관 관계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참위는 입장문에서 "가습시살균제에 노출된 후 피해가 발생·악화한 경우, 그리고 전적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질환으로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 신속(요건) 심사 대상으로 지정해 신속히 지원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개별심사 진행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특별유족조위금도 문제 삼았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시행령을 재입법 예고하면서 특별유족 조위금을 기존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사참위는 "정부가 지난 2018년도 무자력 사망 피해자에게 지급한 3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지난 2016년 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영리적 불법행위'에 대해 최소 3억원에서 최대 6억원까지 위자료 배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도 반한다"라고 주장한다.
장해급여와 요양생활수당의 병행 지급 불가도 사참위는 시정해야 할 항목으로 손꼽았다. 사참위는 "평생에 걸쳐 치료를 필요로 하는 가습기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요양생활수당을 포기하고 장해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라며 "장해급여는 건강피해로 노동 능력이 상실하면서 그에 따른 손해의 보전을 위한 것이다. 요양생활수당과 병행해 지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참위는 ▲역학적 상관관계 확인 방법 보완 ▲개정법에 따른 피해신청 적용 대상 선정 ▲건강피해 등급 마련 ▲요양급여 및 요양생활수당 지급 대상 확대 ▲건강피해 종류 및 피해 등급에 따른 유효기간 설정 ▲의견 진술권 행사 ▲위원회 운영 등 투명성 보장 ▲피해자 추모사업 지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망 시 장의비 및 구제급여조정금 지급 ▲구제급여의 지급절차 개선 ▲건강모니터링 대상 확대 등이 가능하도록 환경부가 특별법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사참위는 "(지난 3월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과 별도의 정책적 판단으로 피해지원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며 "이는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의 원인을 온전히 찾을 수 없는 과학적 한계와 피해의 정도가 광범위하고 장기간 계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우선해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최소한의 지원만 하고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이 해결하라는 자세를 보인다"라며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겨준 것에 대해 환경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 사참위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