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가 손가락 하나를 두고 17분간 공방을 벌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2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손을 들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다.
"돌발상황이 생겨서...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는 가운데 제 자리로 와서 '끼어들지 마'하면서 등을 쳤다. 아직도 불쾌한 얼얼함이 남아서 바로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전체 의원들한테 손을 댄 사안이다. 위원장도 당연히 주의를 줘야 하고 (김태흠 의원도) 사과해야 한다. 사과가 없으면 국회에서 기본적인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손을 댑니까?"
김태흠 의원도 곧바로 발언을 신청해 반박했다.
"제가 질의를 하는데 사실 7분밖에 안 된다. 그런데 김진애 의원이 두 번, 세 번 끼어들어서... 제가 조용히 찾아가서 인기척을 했는데 듣지 못해서 어깨에 살짝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거다. 다른 사람 질의 시간이라 조용히 갔고, 조용히 얘기하려고 한 부분이다. 본인은 남이 질의하는데 끼어드는 부분이 올바르다고 보는지 지적하러 갔다. '얼얼하다, 불결하다' 이런 표현을 쓰는 부분도 저는 참겠다."
김태흠의 손가락이 낳은 나비효과... 여야 설전
바로 맞은편에서 두 사람 상황을 목격한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제가 앞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발언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국회법 146조를 보면 '의원은 다른 의원을 모욕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며 "두 분 관계가 손가락으로 신체 접촉할 만큼 친한 관계는 아닌 것 같고, (김태흠 의원이) 김진애 의원에게 항의하려고 했다면 더더욱 신체접촉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신현영 의원 역시 "제가 당했다고 예상하면 매우 불쾌할 것 같다"며 "(김태흠 의원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했는진 모르지만, 현상만 봤을 땐 여성 의원 몸을 건드린 것이다, 그냥 지나갈 순 없다"고 김태흠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같은 남성끼리도 뒤에 와서 손가락으로 쑤시면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며 "김태흠 의원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사과하면 깨끗이 끝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통합당 의원들 생각은 달랐다. 박대출 의원은 "지금 국회 운영위가 해야 될,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을 갖고 아주 유치한 공방을 벌이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운영위) 질의답변 시간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등을 질의하는 자리인데, 의원들에겐 겨우 7분 주어진다"며 "김진애 의원은 동료 의원 질의 중간에 끼어든 사례가 여러 번 있다. 동료 의원의 시간을 최대한 존중하는 기본에서 출발할 때 운영위 품위를 유지하고 소임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도 김진애 의원의 '끼어들기'를 문제 삼았다. 그는 "통상 의원이 발언하면 내용이 어떻든 다른 분들은 기다리는 게 원칙"이라며 오히려 회의를 진행 중이던 야당 간사 김성원 의원에게 "회의 진행을 제대로 못 해서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정점식 의원은 김회재 의원의 '모욕' 발언을 두고 "같은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그런 법적인 평가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애 "사과는 좋은데, '야지'란 표현은..."
여야 의원들의 '손가락' 공방은 그렇게 17분가량 이어졌다. 회의장에 돌아온 김태년 위원장은 결국 "여야 간사 간에 협의를 하자"며 오후 4시 18분, 정회를 선언했다.
4시 47분, 다시 회의가 열리자 김태흠 의원은 김진애 의원에게 "저는 부르는 차원에서 어깨를 두어 번 살짝 손가락으로 댔는데, 불쾌하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질의하는 과정에서 김진애 의원이 몇 번이나 끼어들어 무척 방해가 됐다"며 "질의 때 '야지(야유 등을 뜻하는 일본말)' 같은 걸 놓는다면 질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뒤끝을 남겼다.
김진애 의원은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을 전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질의 과정에서 서로 얘기가 오가는 일을 '야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속기록에서 좀 빼줬으면 좋겠다"며 김 의원에게 일침을 놨다. 김태년 위원장도 "제가 봐도 그 표현은 삭제하는 게 좋겠다"며 "속기록 삭제 여부는 간사들이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