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의 선택은 '부결'이었다. 126명이 모자랐다. 르노삼성차 대표 노조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산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나, 관건인 투표자 3분의 2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민주노총 가입 찬성 과반수 넘었지만... 불발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차노조는 9일, 10일 양일간 이루어진 조합원 총회에서 찬성 60.7%, 반대 39%의 결과가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투표율은 96.2%로 전체 조합원 1983명 중 1907명이 참여했다. 숫자로 보면 찬성은 1158명, 반대는 743명, 무효는 6명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6조는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규정하고 있다. 총회 의결 사항으로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거쳐야 조직 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을 위한 필수적 절차다.
과거에는 기업별 노조를 해산하고 새롭게 산별노조를 조직·가입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노조법 개정으로 총회 결과만으로 산별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의 노동자들이 모여 단결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기업별 노조보다 교섭력 등 영향력이 월등하다.
지난 2018년 '민주노총 가입'을 내건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당선하면서 르노삼성차 노조의 산별전환 총회는 시간적인 문제였다. 박 위원장은 임기를 석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산별 전환여부를 묻는 총회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기업노조 결성 이후 사상 첫 투표였다. 그러나 3분의 2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이러한 시도는 '불발'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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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노조가 이번 결과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총회 직후 나온 소식지인 '노동자의길' 41호를 통해선 여전히 산별 전환의 여지를 남겼다. 노조는 "지금껏 20년간 단 한 번도 조직 체제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고용과 노동조건 유지, 증진을 위한 탁월한 결정(산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아쉽지만 첫 투표였고, 60%가 넘는 찬성률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별전환 부결 결과가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 성격은 띠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선거를 앞두고 있어 바로 이 국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사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차 측은 <오마이뉴스>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총회 결과에 대해)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말한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대신 "이제는 임단협에 노사가 더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우회적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