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위 정보 게시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디지털교도소'가 사이트 전체 차단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14일 오후 통신심의소위원회(아래 통신소위)를 열어,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 게시물 17건에 대해 시정요구(접속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전체 사이트 차단에 대해선 위원들 간 의견이 갈렸고 결국 다수 의견에 따라 폐쇄하지 않기로 했다.
불법 게시물 17건 접속 차단... 전체 사이트 차단은 3대 2로 부결
앞서 통신소위는 지난 10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차단 요청을 받고 회의를 열었지만, 당시 사이트가 일시 폐쇄 상태여서 의결 보류했다, 지난 11일 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지자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통신소위는 이날 ▲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7 제1항제2호)'에 따라 금지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게시해 민원인이 신청한 정보 7건과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아청법, 제55조 제2항제1호)'에 따라,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에만 사용해야 하는 '성범죄자 알림e' 공개 정보를 사이트 게시한 정보 10건 등 17건에 대해 시정 요구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비록 해당 사이트가 나름의 공익적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허용된 정보 공개의 범위를 벗어나 사적 제재를 위한 도구로써 이를 활용한 것은 현행 법률(아청법)을 명백히 위반한 내용으로 용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신소위는 "▲ 신고인의 얼굴, 개인정보, 범죄 관련 내용 등을 공개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이익이 신고인의 명예, 사생활, 인격권 보호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 점 ▲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제보자의 주장에 따른 내용만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는 점 ▲ 신고인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성범죄자' 등으로 단정해 표현하는 등 신고인의 사회적 평판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 당사자의 소명으로 개인의 피해가 확인되는 만큼 신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 및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법 게시물 89건 중 17건, 전체 차단 시 과잉 규제 우려
다만, '명예훼손'과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위반 때문에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고, 다수 의견에 따라 차단하지 않기로 했다.
통신소위 위원 5명 가운데 박상수 소위원장과 김재영 위원 등 2명은 "해당 사이트가 공익적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하나, 수단과 방법의 위법이나 불법까지 허용되는 건 아니라는 점, 특정인을 강력범죄자로 지목하는 운영 방식상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경우에는 보다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도 허위 사실이 게재돼 무고한 개인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전체 사이트 차단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상로·심영섭·강진숙 위원 등 3명은 현재 법률 위반 정보가 전체 89건 중 17건(약 19%)인 점을 들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건 과잉규제 우려가 있고, 문제 되는 개별 게시물 심의를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전체 사이트 차단에 반대했다.
사이트 전체 차단을 위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에, 방심위 관계자는 15일 오전 "불법 게시물 정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5% 이상일 경우 전체 사이트를 차단한 전례 등을 감안했다"라면서도 "위반 게시물의 물리적인 비율 같은 정량적인 것만 따지진 않고 사이트 개설 목적이나 취지 같은 정성적인 것도 함께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교도소 2대 운영자는 지난 11일 공지문에 "디지털교도소는 현재 여론으로부터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증거 부족 논란이 있었던 1기와는 다르게 완벽한 증거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진행하겠다"면서 허위 제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