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말을 못 믿겠다는 거죠."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시종일관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16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한 질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두 번' 정화한 후, 매년 바다에 '일정량'을 방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오는 27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김 전 교수는 이같은 방침에 대해 "일본 정부 발표를 확인할수 없다"면서 "우리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내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온 전문가다. 그런 그는 일본 정부의 방사능 물질 방류 방침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본쪽 주장대로 오염수를 두 번 정화한 뒤 바다에 방류한다면 환경오염 문제는 사라지는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17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교수는 "일본은 오염수를 보관할 탱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는데 탱크는 지으면 그만"이라며 "실제로는 오염수를 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방류를 결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전 교수는 또 일본 쪽 주장과 달리 오염수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봤다. 그는 "삼중수소 등 몇몇은 정화를 해도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정화에도 돈이 들어가는 만큼 정화한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과 가장 가까운 만큼 한국 또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오염수를 흘려보내기 전에 우리 전문가들이 직접 정화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전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 쪽으로부터 정화된 오염수 샘플을 받아 이들에 안전성·위험성 평가를 하고, 우리 국민이 입을 피해 정도를 따져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입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강수까지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정화했다 한들' 누가 가서 확인해볼까"
- 일본 정부가 2022년 여름이 되면 오염수를 보관할 탱크가 부족해진다면서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방침이 최종 결정되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123만t 규모의 오염수를 20~30년에 걸쳐 태평양으로 흘려보내겠다고 한다. 타당한 이야기라고 보나.
"아니다. 탱크는 짓기만 하면 된다. 오염수는 핵 폐기물이다. 고준위는 아니지만 중준위다. 국민들을 위해 당연히 탱크를 지어 보관하는 게 맞다. 그보다 일본 정부는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방류를 결정했을 것이다."
참고로,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2011년 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원자로 내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차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두 번 정화한 뒤 바다에 방류하면 환경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우선 정화를 한다 해도 완벽하지 않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뜻하는 삼중수소를 포함해 말끔하게 정화되지 않는 요소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으로 일본을 못 믿겠다. 일본 정부가 '정화했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믿나. 누가 가서 확인할 수 있을까.
일본 시민사회는 약하고 일본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그들은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탱크를 만들지 않고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그런데 오염수 정화에도 돈이 들어간다. 돈을 덜 들일 목적이라면 당연히 정화를 안 하고 싶지 않겠나."
실제로 2018년 도쿄전력의 조사에 따르면, 다핵종 제거 설비(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 가운데 80%에서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들이다.
-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로 일본 이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어디라고 보나?
"당연히 한국이다. 하지만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방류의 양을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본 발표를 믿을 수 없다.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면 북태평양과 수산물들이 모두 오염될 거다. 먹을 수 있냐 없느냐는 수산물 속에 포함된 먹을 수 있는 방사능 기준치를 정부가 얼마로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전문가가 안전성·위험성 확인해야, 안 된다면 수입 중단도"
- 우리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전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kg당 몇 크렐의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발표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방류 전 일본에 오염수 정화 상태를 확인하게 해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파견을 가 직접 샘플을 받아온 뒤 안전성·위험성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만일 일본 주장대로 정화가 제대로 이뤄져서 삼중수소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피폭량(방사선에 쏘인 양)을 계산해 우리 국민이 입게 될 피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한 해 소비하는 수산물 양이나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의 양으로 대략적인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이에 따른 대안은 마련할 수 있다."
- 일본이 응하지 않는다면?
"사전 검사를 응하지 않겠다고 나오면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갖추면 수입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중국은 도쿄를 포함해 후쿠시마에서 200㎞ 넘게 떨어진 지역의 수산물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한국무역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능 사고가 난 뒤 2014년 1억77만 달러까지 줄어들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2018년에 1억4630만 달러까지 증가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수준이었던 2010년 수입액(2억2522만 달러)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법상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반감기가 지나 자연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300년 동안 보관돼야 한다. 일본에도 그런 기준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의 행동은 법 위반이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 또한 국민 안전을 양보해선 안 된다. 일본 정부에 사전 검사를 요구하고 그게 아니라면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