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외체험학습, 일명 '코로나 가정학습'이 등교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적잖은 학생들이 지난 6월 초순 변경된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교외체험학습' 지침을 악용하여 최대 40일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3일 대전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등교수업 이후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교외체험학습 허용 기간을 기존 20일에서 40일로 확대하며, 사유에 가정학습을 추가한다"고 알렸다. 이 내용은 '2020학년도 2학기 코로나19 대응 학업성적 관리 시행지침 출결 평가·기록 가이드라인'에도 담겼다.
'코로나 가정학습' 제도의 취지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해 등교할 경우 감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때 가정학습을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고3 학생들이, 이러한 본래 취지에 맞게 가정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류는 그럴듯하게 갖추어 놓고, 실제로는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다거나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싶어서, 혹은 수시모집 실기 연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등교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교육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가정학습을 위한 교외체험학습 절차를 너무 느슨하게 풀어준 것이다. 학생이 '가정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사전에 '학습계획서'가 포함된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해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후, 사후 결과보고서만 내면 끝이다. 기저질환이 있다거나 면역력이 약하다는 진단서는 필요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교 대신 가정에서, 혹은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가정학습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학교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어떤 학교는 학교 차원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정학습을 불허하는가 하면, 또 어떤 학교는 학부모 민원에 밀려 다수 허용해 주고 있다. 실제로, 대전의 A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평균적으로 등교한 학생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부 방침은 고등학교 및 시험장 학교의 경우 수능 시행일 일주일 전 원격학습 전환이지만, 대전 관내 상당수 고등학교가 수능(12월 3일) 시행 17일 전인 11월 16일(월)부터 원격학습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 가정학습을 둘러싼 논란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궁여지책 차원인 경우가 많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언제 '심각' 또는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은 모든 걸 '학교장 자율'에 맡겨두지 말고, 학교별 '코로나 가정학습' 실시 현황을 전수조사하는 것부터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착하고 성실한 아이들이 외려 피해를 입는 아이러니가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