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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앞에서 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과 진보당 김기완 공동대표가 노조법 2조 개정, 고용보험적용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국회 앞에서 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과 진보당 김기완 공동대표가 노조법 2조 개정, 고용보험적용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 김기완

대리운전은 특성상 야간에 이뤄지기에 노동자들도 야간에 일하게 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 자체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는데, 말하자면 대리운전노동자들은 '발암물질'에 노출되며 일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특성은 투잡이다. 투잡, 쓰리잡은 생존을 위한 일상이 되고 있다. 낮에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대리운전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한 곳에서라도 실직하면 자신 또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리운전의 다른 특성은 '대리콜'을 여러 업체에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1명인데, 일을 주는 사람은 여러 명이다. 보통의 직장개념으로 보면 사장이 1명이고, 직원이 여러 명이지만, 대리운전은 그 반대다.

대리운전노동자의 사장은 누구일까? 콜을 많이 주는 A대리업체일까, 하루에 2건 이상씩 꾸준하게 주는 B대리업체일까? 보통의 직장인은 실직하면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신청하는데, 투잡하는 대리운전노동자가 대리콜을 못 받아 투잡을 못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1995년 만들어진 고용보험법은 한 사람이 한 직장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두 직장을 갖더라도 한 직장에서만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이곳에서 얻는 소득만을 기준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이런 고용보험으로는 투잡이라도 해야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취업자들이 소득 가운데 하나만이 아니라 소득 전체를 통틀어 보장하는 '전국민고용보험'이어야 투잡을 갖는 노동자에게 대처할 수 있다.

진보당은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해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용보험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 고용보험이 필요한 특수고용노동자 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과 16~21일 사이에 여러 차례 서면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과로로 죽거나"

- 대리운전노조 소개를 부탁한다.
"전국에는 20만 명의 대리운전노동자들이 있다. 10여 년 전 대구에서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까지 맺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기본권은 부정당했고, 밤새워 일하고도 수입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하였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7년 서울고용노동청 앞 천막농성, 국회 앞 노숙 단식투쟁을 했으나 노동부는 필증교부를 거부했다. 하지만 전국노조 인정 투쟁을 시작한지 1125일, 다시 설립 신고를 한 지 428일 만인 지난 7월 17일, 노동부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노조 신고 필증을 교부했다."

- 삭발도 하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도 했다.
"7월 20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전국민고용보험의 첫 단추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전속성 기준으로 단계별로 적용하겠다고 했다. 대리운전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특수고용노동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내몰려 힘들어하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서 배제된다면 절망감이 어떻겠는가? 이에 전속성 폐지, 고용보험 전면적용을 요구했다.

또 다른 요구는 실질적인 노동기본권의 보장이다. 노조 필증 교부 이후 규모가 가장 큰 카카오 대리운전 업체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카카오는 '필증 교부와 사용자를 특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핑계로 교섭을 거부했다. 지노위, 중노위에서 교섭 의무가 있음이 확인되었음에도 시간 끌기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특수고용노동자는 아직도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실제로 교섭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조법 2조를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는 10월 16일 천막농성을 정리했고, 이후 투쟁을 준비 중에 있다: 기자주)

- 고용보험 추진 특수고용 14개 직종에 대리운전기사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전속성으로 인해 대리기사에게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리운전 특성상 콜을 여러 업체에게 받는다. 하나의 사업장만을 위해 일할 수 없는 노동형태이다. 대리운전노동자의 경우 2018년부터 산재보험을 특례적용 받고 있는데 전속성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20만 명의 대리운전기사 중에 단지 3명만이 적용받고 있을 뿐이다.

대학 강사의 사례처럼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하더라도 4대 보험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대리운전노동자에게 전속성 기준 운운하는 것은 행정편의를 위하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전속성이 없어서 사회안전망에서 배제하더니 고용보험을 적용하면서 또다시 전속성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나? 굴뚝산업을 모델로 한 구시대적인 전속성 기준을 아직도 고수한다면 대다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플랫폼노동자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처지는 어떠한가?
"코로나19 재난이 터지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직종이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코로나19 재난으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과로로 죽거나'다. 방과후강사는 1년이 넘도록 수입 한 푼이 없고, 대리기사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장시간 일을 하고 있다. 배달량이 폭증한 택배기사는 과로로 죽어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삶을 어렵게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이 코로나19로 드러났을 뿐이다."

-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추진돼야 할 사회안전망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산재보험료는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게 되어 있음에도 특수고용노동자는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특수고용 14개 업종에서도 적용제외 신청과 전속성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그 14개 업종에서도 실제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경우는 14% 정도일 뿐이다. 대리기사를 포함한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는 전속성 기준으로 대상이 되지 못하고 대상이 되어도 그중 80%는 적용제외 신청을 하고 있다. 산재보험 들어달라고 하면 일을 그만두라는데 산재보험을 위해 생계위협을 무릅쓸 특수고용노동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만이라도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방역에는 성공했다고 하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의료적 방역을 넘어 사회적 방역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고 전국민고용보험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첫 단추인 특수고용노동자들조차도 제대로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갈수록 늘어나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는 어떻게 하겠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IT 산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진정 전국민고용보험을 하려면 그 첫 단추인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만은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여기서마저 또다시 배제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있다면 그 고통과 절망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절박한 삶을 헤아려 진정성을 가지고 결단 해야 한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사회안전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삶이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스스로 삶을 지키기 위하여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단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노조할 권리라도 인정해 달라고 절규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약속했건만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가 한-EU TFA 협약 위반까지 비화되자 뒤늦게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하고 있다. ILO 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법을 개악시키지는 않을지, 노동법 개악 무산을 핑계로 ILO 협약 비준 약속을 또다시 깨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번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기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전국민고용보험#대리운전노동조합#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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