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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궐위로 치러지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실상 공천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당헌엔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게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오랫동안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라며 "최고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서울·부산시장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서울과 부산은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됐고, 당헌에 따르면 두 곳 보궐선거에 저희 당은 후보를 내기 어렵다"라며 "그러나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시민과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 드린다"라며 "특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전당원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 여론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천을 하는 쪽으로 결론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 그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해 "늦지 않게 책임 있는 결정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혀온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후보 공천 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서울·부산 시장 자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공석이 된 바 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해당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마련된 내용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월 총선용 비례위성정당 창당, 5월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전당원 투표 카드'를 사용한 바 있다.

다음은 이날 이낙연 대표의 의원총최 발언 전문.

[전문] 이낙연 "저희 당 잘못으로 보궐선거… 피해 여성과 국민께 사과"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낼 것인지에 대해 저는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그 결정의 시기가 왔다고 판단합니다.

저희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은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당헌에 따르면 두 곳 보궐선거에 저희 당은 후보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에 대해 오랫동안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습니다. 그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당 안의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 결단은 전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시민과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 드립니다.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립니다. 보궐선거 후보를 낼지 당원 여러분께 여쭙게 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민주당 스스로 부족함에 대해 깊게 성찰해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저의 고뇌와 충정을 받아주시고 전당원 투표에 참여해 최선의 선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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