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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참 시인.
김참 시인. ⓒ 사이펀문학상운영위원회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이 주관하는 올해 사이펀문학상(상금 500만원)에 김참 시인, 신인상(상금 50만원)에 이충기(진해)․허진혁(대전) 시인이 선정되었다.

사이펀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조창용)는 지난 1년간 <사이펀>에 발표된 신작시들을 대상으로 한 우수작품상 성격의 '제5회 사이펀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2019년 겨울호부터 2020년 가을호까지 발표된 신작시 310여편 가운데 심사를 했다. 본심은 강은교, 김성춘 시인이 맡았고, 2020년 여름호에 발표된 김참 시인의 시 "미궁" 외 1편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시력과 뛰어난 시적 테크닉 그리고 개성적인 언어의 운용을 보여주고 있어 수상작 한 분을 선정하는데 고심이 많았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시 "미궁"에 대해, "불확실한 미궁 같은 삶 앞에서,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고통스런 현실의 삶을 큰 폭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전개 시키고 있어 높은 신뢰감을 주었다"고 했다.

김참 시인은 통영 출생으로, 1995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고, 그동안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를 펴냈으며, 현대시동인상과 김달진젊은시인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12월 13일 (장소 미정)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김참 시인의 시 "미궁" 전문이다.

미궁

사흘 내리 내린 눈이 모든 것을 덮었다. 구층 우리집도 눈 속에 파묻혔다. 냉기 도는 계단을 밟으며, 나는 일층으로 내려왔다. 현관을 박살내고 들이닥친 눈이 우편함 앞까지 밀려와 있었다. 오월도 끝나 가는데 무슨 눈이 이토록 퍼붓는단 말인가. 누군가 뚫어놓은 통로를 따라 막장 광부처럼 조심조심 걸었지만 눈 밖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언 손 비비며 천천히 걷다 발을 헛디뎌 다른 통로로 굴러 떨어졌다. 꽁꽁 얼어붙은 사람 몇이 차가운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흔들어 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온기도 생기도 없었다. 어두운 통로를 휘감고 돌며 낮은 기타소리 들려왔다. 소리 나는 쪽으로 한참 걸었지만 통로는 막혀 있었다. 언 손 불어가며 길을 내는 동안 시간은 물처럼 흘렀다. 배고프고 춥고 졸음도 쏟아졌으나 잠들면 얼어 죽을 것 같아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다. 하루하루가 꿈처럼 지나갔다. 머리부터 발톱까지 꽁꽁 얼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눈을 파헤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벽이 허물어지고 다른 통로가 나타났다. 멀리서 희미하게 불빛 하나 반짝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불 켜진 창이 보였다. 얼어붙은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여기 누가 있냐고, 아무도 없냐고, 아무도 안 계시냐고, 커다랗게 소리 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이펀> 2020년 여름호.

#사이펀#김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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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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