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
올해 두 명의 시민기자가 인터뷰 기사를 썼다. 내가 제안해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짧게는 몇 달 동안 '사는이야기'만 쓰던 시민기자에게 인터뷰와 인터뷰 기사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들은 마다하지 않았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는 두려움의 말은 없었다. 대신 '해볼게요!'라는 도전의 말로 나를 설레게 했다. 배움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인터뷰를 한 시민기자들은 '시민기자로서' 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해 고마워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더 고마웠다. 그 이유는 내가 인터뷰 기사 쓰는 법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기사를 잘 써냈기 때문이다. 그 기사들을 편집하면서 내가 놓친, 그리고 뒤늦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A4 12장 기사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이유
기자에게 인터뷰는 고된 노동이다. 기사 쓰는 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기 때문이다. 일단 섭외부터 어렵다. 특히나 저자 인터뷰는 노동 하나가 더 추가된다. 책을 읽어야 하는 노동. 그냥 읽을 수도 없다. 무엇을 물을지 따져가며 읽어야 하니,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일대 일로 만나 대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눈과 눈을 마주하고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를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도 역시 크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섰는데 '망했다' 싶은 느낌이 들 때, 자다가도 '이불킥'을 날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대화의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 아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지, 몰라.
기자의 노동은 거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녹취가 남았다. 말은 정확히 옮겨야 하니까 허투루 들을 수도 없다. 그래서다. 어딜 봐도 '잘라낼 텍스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대목도 좋은 것 같고, 저 질문도 좋은 것 같고... 그런데 기자는 이러면 안 된다. 골라내야 한다. 과감히 빼야 한다. 이게 또 쉽지 않다.
에디터의 역량은 이럴 때 발휘된다. 어쨌든 객관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사람이니까. A4 12장 분량을 반으로, 그 반으로도 줄일 수 있는 게 에디터다. 기자들이 정성껏 쓴 기사지만, 분량이 과하게 넘친다고 생각할 때, 불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내용을 줄인다(물론 시민기자와의 소통을 전제로).
이야기가 분산되지 않고 하나의 주제로 응집될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을 고르고 고른다. 독자들이 보고 흥미로울 내용 중심으로 질문을 모으고,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닌 건 과감히 생략한다. 인터뷰는 결국 선택이다. 무엇을 강조하고 알릴지 선택하는 일. 물론 앞뒤 맥락 자르고 싣는 건 기사가 아니다. 그게 바로 악마의 편집이지.
처음 인터뷰 기사에 도전하는 시민기자에게 인터뷰 후 이런 말을 했다.
"기자님, 인터뷰 할 때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막 하게 되는데, 기사로 쓸 때는 그 중에서 꼭 말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이야기들을 골라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 내 기준에서 궁금한 게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물론 내가 궁금한 걸,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래도 된다). 모든 기사가 마찬가지지만 인터뷰 기사에서도 핵심은 '독자에게 뭘 전달할 것인가' 하는 거예요.
팬심으로 인터뷰할 때는, 특히 더요. 인터뷰이(인터뷰 받는 사람)에 대해 독자들이 나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내 궁금증만 해결하는 자리로 삼아서도 안 되요. 나만 참고하면 될 이야긴지, 독자들이 궁금하고 관심 있는 내용인지, 그런 걸 생각하시면서 질문을 정리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는 '내가 이 사람을 왜 만나는지'가 제일 중요해요. 그게 인터뷰 기사의 시작인 것 같아요."
인터뷰 전문 기자가 말하는 인터뷰 기사 쓰는 법
이걸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더 잘 말해주고 싶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 기사를 가장 많이 쓴 기자가 누구인지 떠올려봤다. 독립편집부 이음의 이주연 기자가 생각났다. 이주연 기자는 끊임없이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염치'의 가치를 살피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당신의 삶에서 염치는 무엇'인지 물어 기사를 써왔다.
<어떤 양형 이유>의 저자이자 현직 판사인 박주영, NGO '길스토리' 대표이자 배우인 김남길, 작가 은유에게 '염치'를 묻고, 요리연구가 백종원, 가수 아이유, 풍운아 채현국의 삶에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살폈다.
뿐만 아니라, 단골 미용실 사장님과 백반집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상 곳곳에 있는 염치의 미덕을 조명했다. 그 기사를 엮어 최근 책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를 출간했다. 인터뷰에 대한 노하우가 반드시 있을 것 같았다. 메시지를 보내 물었다.
"시민기자가 인터뷰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다면 뭘까?"
"음... 이 사람을 왜 만날까? 왜 인터뷰 해야 할까 아닐까요."
그거 말고 다른 건 더 없을까 싶어 더 물어보려던 찰나. 그가 파일 하나를 전송하며 말했다.
"얼마전에 인터뷰 기사쓰기 특강을 나간 적 있어요. 이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박. '내가 적임자를 골랐구나' 싶은 마음으로 파일을 열어보고 놀랐다. 일목요연한 정리. 시민기자가 이걸 알고 인터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 막급이었다. 또 한번 자책했다. 가령 이런 내용들이 그랬다(일부 내용에 대해 기사에 담아도 좋다고 허락을 구했다, '인터뷰 기사 잘 쓰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주연 기자에게 강의 요청을 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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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마치면서 제목이 떠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적인 취재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장을 떠났다면 전화 인터뷰 등으로 보강하라.
- 가능하면 기사의 도입 부분에 독자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왜 읽기 시작해야 하는지, 이 사람은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게 좋다.
- 정독 과정에서 녹취를 푼 혹은 받아친 워딩들을 완전한 기사의 형태로 고친다. 이 과정에서 일문일답 정리가 자연스럽게 된다. 그리고 중요 문장들은 '볼드' 처리해서 나중에 찾아보기 쉽게 남겨둔다. 앞서 볼드해 놓은 문장들을 참고하여 A4 반장 분량으로 정리한다. 인터뷰의 '주제'라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이 안에 다 녹아 있어야 한다.
- 필요 없는 문장은 지워라. 인터뷰에 꼭 필요한 문장만 남기는 단계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 길게 담기지 않도록, 가능하면 4~5문장 안에 답변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조정한다. 한글 파일로 원본이 A4 7장 정도였다면 가지 치는 과정에서 3장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다.
모름지기 능력있는 에디터라면 시민기자가 글을 쓰는 데 생기는 시행 착오를 하나라도 줄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다음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지도 모를 시민기자를 위해 이 글을 남겨두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