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텍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3상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나왔다. 방역당국 역시 기대를 드러내며 내년 2/4분기 이후에 한국에서 백신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0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9개월만에 임상3상에서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좋은 상황"이라면서도 백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의 3상 시험은 해외 5개국에서 4만 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 그룹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가짜 약을 투여했다. 두 시험군에서 총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백신을 접종한 그룹에서 나온 확진자는 10% 미만에 그쳤다.
"'고위험군별 백신 방어율'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백신은 두 가지 목표이 있다. 코로나19로부터의 고위험군 보호와 감염자들의 외부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첫 번째 목표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단계인데, 그것조차도 자세한 정보를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상 집단별 백신의 효능'을 살펴야 한다"라며 치명률 높은 60대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군에서도 '백신 방어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신을 통해 감염자가 외부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 자체가 줄었는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고위험군별 백신 효능이 밝혀지지 않았고, 임상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미국 FDA에서는 부작용과 관련해서 접종이 끝난 후에 최소 2개월을 보겠다고 했으므로, 아마도 백신의 승인은 12월 중에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또한 화이자 이외의 다른 회사들도 임상시험 결과가 각각 발표될 것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연내에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전성 최우선 고려... 코로나 억제된다면 다른 국가 지켜보고 접종"
권 부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수급은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 '코백스 퍼실리티'라는 국제기구를 통해서 인구의 20% 분량을 2021년 내에 확보한다. 이를 위해 10월 9일자로 확약서를 제출하고 선급금을 지불했다.
다른 하나는 개별적인 제약사들을 통한 수급이다. 기자들이 개별 제약사와의 협상 진행 상황을 물었으나 권 부본부장은 "개별 글로벌 제약사와의 진행되는 내용은 상호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라며 "다만 가격이나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임상3상에 돌입해있는 모든 회사들과는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5일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국장은 "화이자도 한국에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혔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백신이 나오더라도 부작용이나 유통과정 등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당장 내년 초에 백신이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부본부장은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서 50~100만 명 이상의 접종 완료된 후에 부작용까지 보고 진행하자고 한다"라며 "현재 한국처럼 코로나19가 억제되는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본부장은 내년 2/4분기 이후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점으로 예상했다. 지난 인플루엔자 공급에서 허점을 드러낸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 시스템을 완비하고, 실제 접종을 할 때의 추가적인 변수 등을 고려해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부본부장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라며 "다른 나라에서 접종이 먼저 이뤄진다면, 저희는 (안전성)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국민들의 신뢰 하에 접종을 진행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