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이 강한 지역에서 20년 넘게 '반전·평화운동'과 '친일·독재 잔재 청산', '김주열 열사 정신 계승', 나아가 '국회·지방의원 비리 관련' 활동을 꾸준하게 벌여온 단체가 있다. 경남 창원마산에서 1999년 창립해 활동해온 '열린사회희망연대'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다. 열린사회희망연대가 20주년 기념으로 <행동하는 시민, 아름다운 세상>이란 제목으로 700쪽 분량의 백서를 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발표, 강연회, 농성, 서명운동, 삼보일배, 선전전, 1인시위 등을 벌여왔다. 때로는 활동가들이 밀가루와 캐첩을 투척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반전·평화운동... 성조기 불태우기도
이 단체는 1999년 10월 미해군진해함대지원부대 앞에서 "곡안리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미국정부 공식사과"를 촉구하고, 2000년 8월 "냉전 구호판 전면 철거"를 경찰청에 요구했다. 2001년 12월 상복을 입고 경남도청 앞에서 '민간인 학살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이 단체는 고 심미선·신효순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하자 2002년 7월 3.15의거탑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했으며, '미군의 재판권 이양 거부'에 항의해 3.15의거탑 위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자 이 단체는 회원(이해종, 배상현)을 반전평화팀으로 파견하기도 했으며, '이라크 파병 반대 관련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이라크 현지에 민간조사단(임경란, 배상현)을 파견하기도 했다.
'아리랑 응원단'도 이 단체에서 비롯됐다. 2002년 8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이 참여했고, '아리랑 응원단' 구성을 제안했으며, 실제 북측 선수들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이때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했던 것이다.
친일, 친독재 청산 운동 앞장
친일 잔재 청산에도 앞장섰다. 마산 봉암수원지에 있던 '일본인 공적비' 철거(2005년 1월)를 요구하고, 2003년 옛 마산시가 친일음악가 조두남의 이름을 딴 '조두남음악관' 개관식을 열자 당시 마산시장한테 밀가루 세례를 가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계기로 조두남 친일행적과 가곡 <선구자>의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났던 것이다. 이후 옛 마산시(의회)는 '조두남기념관'을 버리고 '마산음악관'으로 바꿔 재개관했고, 음악관 안팎에 있던 조두남과 가곡 <선구자> 관련 전시·기념물이 모두 철거됐다.
또 이 단체는 '친독재' 이은상 관련 기념물에 대한 반대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2013년에 마산역 광장에 <가고파> 시비가 세워지자 이 단체는 철거운동을 벌였고, 그 옆에 이은상의 친독재․반민주 행적을 고발하는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워놓기도 했다.
김주열 열사 정신 계승 실천... 문화재 지정 이끌어
열린사회희망연대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3․15의거의 중심 인물인 김주열(1943~1960) 열사의 정신계승에 앞장서 왔다. 2002년 4월 이 단체는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표지판을 세웠다. 주검이 인양된 지 42년만이었다.
김주열 열사는 1960년 3월 15일 행방불명됐다가 그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올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4.19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김주열 열사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이에 이 단체는 2007년 2월 김주열 열사의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마산3.15민주묘지까지 186km를 한 명이 1km씩 '민주성화'를 들고 뛰는 '186 김주열 대장정'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이 단체는 2010년 3월 '50년 해원, 김주열 열사 범국민장'을 제안했고, 4월 11일 시신인양지에서 '범국민장'이 열렸으며, 행렬은 묘소가 있는 남원까지 이어졌다(마산3.15민주묘지의 묘소는 가묘).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10년 11월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 그 일대의 '문화재' 지정을 제안했다.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는 2011년 9월 경상남도 기념물 제277호로 지정됐고, 이는 우리나라 최초 민주화운동 관련 문화재가 됐다.
이 단체는 4.11민주항쟁에 맞춰 해마다 이곳에서 추모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 4월 11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차량을 탄 채 '승차 헌화'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또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16년 12월 여러 단체들과 함께 3.15기념관에 걸려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박정희 홍보 영상에 대해 '3.15의거 모독'이라며 철거를 요구했고, 이후 실제 그렇게 됐다.
당시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형 사진에 케첩을 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건조물손상이라며 벌금을 선고하기도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역사왜곡 일본교과서 규탄'(2001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전쟁 반대'(2001년 10월), '진해 10월 유신탑 철거 촉구'(1999년 10월), '김명시 장군 생가터 표지판 설치와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2019년), '가짜 은상이샘 철거 촉구'(2020년) 등 활동을 벌였다.
"웃으며 혁명하라"
백남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웃으며 혁명하라"는 제목의 발간사에서 "로렌스는 <제대로 된 혁명>에서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고 했다. 희망연대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웃음이 있는 혁망가들의 모임이다"고 했다.
김영만 백서편찬위원장은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어제처럼 오늘도 뚜벅뚜벅 진보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아름다운 사람들만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들의 힘"이라고 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축사에서 "어떤 공동체이건 진실과 정의의 기반이 없이는 그 위에 어떤 아름다운 것도 세울 수 없다고 믿고 있다"며 "희망연대가 21년간 뜻있는 시민들의 아름다운 연대로 진실과 정의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또 다른 백서인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를 펴냈다. 이 단체는 오는 18일 저녁 마산문화원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열리사회희망연대는 1999년 7월 22일 창립선언문을 통해 "작은 물방울이 마침내 큰 바다를 만들 듯 생활과 실천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삶을 그려 갈 때 마침내 미래사회에 대한 희망은 현실로 바뀔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