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며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현관에서 벌인 점거농성이 공동주거침입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형사2단독 홍득관 판사는 공동주거침입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8명에 모두 '무죄'를 지난 13일 선고했다.
이들을 대리했던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이 17일 받은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건조물침입죄에 대해 "관리자의 명시적, 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에 들어가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홍 판사는 "관공서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건물은 관리자의 명시적인 승낙이 없더라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관리자가 건물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그 출입을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범죄의 목적으로 건물에 출입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개방된 건물에 출입하는 행위는 건조물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018년 10월 10일, 11일 두 차례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이때 창원고용노동지청은 현관문을 잠궜다. 첫날 비정규직들은 현관 출입을 하지 못했고, 둘째 날 한때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이들에 대해 퇴거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원-하청업체는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선고가 났고, 2016년 6월 비정규직 5명이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재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자 비정규직들이 항의했던 것이다.
이후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비정규직들이 창원고용노동지청에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퇴거불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비정규직들에 대해 건조물침입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홍득관 판사는 "현관 입구에 모여 있다가 퇴거 불응한 행위가 청사 관리자의 명시적, 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건조물침입 또는 건조물에서의 퇴거불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지청 건물에 대해, 홍 판사는 "각종 노동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행정청"이라며 "청사 1층에는 출입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직원들이 출입하는 민원인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다. 관리자가 청사 관리의 필요성을 이유로 민원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불법파견에 대해, 홍 판사는 "불법파견과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문제는 조합원들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비정규직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구호를 제창하거나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항의 벽보를 붙이는 등의 행위를 하였으나, 다른 민원인들의 출입을 방해하지 않았고 우려할만한 폭력행위를 야기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직원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직원들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공무집행방해 등과 같은 뚜렷한 범죄의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홍 판사는 "창원고용노동지청은 2018년 5월 2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 전원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직접고용의 시정명령을 하였으나, 한국지엠은 불응하였다"고 설명했다.
홍득관 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판결 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창원고용노동지청은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한국지엠에 대해 과태료(77억 4000만 원, 총 774명에 1인당 1000만 원씩)를 부과했다. 한국지엠은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했고, 현재 이 사건은 법원에서 소송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