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살인 나는 7월부터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약 5개월째 하는 중이다. 7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고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어 최고 매출을 찍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오후 9시에 매장을 닫게 되었다.
사실 말이 '9시 영업 종료'였지 영업을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손님이 거의 없었다. 한 테이블, 한 테이블이 사장님껜 소중한 손님이었기 때문에 사장님은 없는 일까지 만들어 가며 항상 열심이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땐 소위 알바생들이 말하는 '개꿀 알바'(편한 알바)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장님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손님이 없는 것이 마냥 싫진 않았다.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난 후 매장은 다시 북적북적해졌다. 알바가 끝난 후 다음 날은 몸살이 걸릴 정도로 바쁘게 일하였다. 사장님은 영업이 끝나면 힘들어서 땀을 흘리고 계셨지만 입꼬리는 항상 올라가 있었고, 종종 나에게 팁까지 주셨다.
계속해서 장사가 잘 되자, 손님과 알바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장님은 매장의 여러 곳에 변화를 주었다. 매장 내의 스피커, 포스기를 새 것으로 바꿨고, 한동안 쓰지 않았던 네온 간판을 켜는 등 더 좋은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오랜만에 마주한 호황 앞에, 사장님은 의욕 있는 모습을 보이셨다.
쓰지 못할 채소를 다듬는 뒷모습
하지만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올라갔다. 다시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됐다. 우리 가게는 한 달 전과 같은 매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안에는 찬바람만 불었고, 손님은 없었다. 오후 5시에 출근을 하면 사장님은 항상 다 쓰지 못할 채소를 썰고 계셨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뒷모습이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알바생 앞에선 항상 힘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사정 때문에 전화로 출근 시간을 30분 정도 조정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하셨다.
"늦어도 괜찮아.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전화가 끊긴 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한마디만으로 사장님의 슬픔, 더 나아가 자영업자의 고통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알바생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노력하던 사장님의 그런 목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쁘게 여겼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처럼 할 일이 없어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처럼 힘들더라도 손님이 많은 매장에서 웃고 있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나의 지인들에게 매장에 오라고 조심스레 권유하는 일 뿐이다. 그 사실이 슬프다. 북적북적한 매장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사장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다시 열심히 일한 후의 사장님의 땀방울을 보고 싶다. 다시 잃어버린 손님들을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