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을 찾아나서는 코너입니다. 이번 글은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사)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자신이 키우시던 아키다견 ‘나모’가 한 달 여전부터 희귀병에 걸려 사력을 다해 투병하는 것을 옆에서 극진히 간호하면서 ‘나모’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편집자말]
 건강했을 때의 나모의 모습
건강했을 때의 나모의 모습 ⓒ 유연 스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나모'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는 7년 되었고요, 견생(개의 삶) 나이로는 50세를 넘어가는 시기라고 합니다.

저는 충남 세종에서 스님과 행복하게, 더할 나위 없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태어난 지 두 달여 만에 스님 곁으로 올 때에는 너무 아픈 아이로 왔습니다. 한 달간 장염을 심하게 앓아서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스님의 지극한 간호 덕분에 제가 산 거지요.

[제 이름은 '나모'] 혀 굳고, 오른쪽 앞 다리 뻣뻣... 사투 중  
 
 건강했던 나모와 함께
건강했던 나모와 함께 ⓒ 유연 스님

제 이름 나모(NoMo)는 인도말로 자기의 착한 본성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번 생에 개로 태어난 것은 전생의 업보이지만 다행히 스님을 만나 특별한 사랑을 받은 겁니다.

공기 좋고, 늘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었고 간혹 산책할 때에는 고라니 쫒는 일로 스님께 꾸중도 들었지만 말썽 피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지난 여름, 저는 지루한 장마철에 장염으로 일주일 고생을 좀 했지만 스님께서 병원 데리고 가서 주사를 맞고 복용한 약 덕분에 거뜬히 낳았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10월 말경부터 저와 스님은 절망스러웠습니다. 저도 모르게 혀가 굳고, 오른쪽 앞다리가 뻣뻣해졌습니다. 사료를 먹을 수도, 심지어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온 몸에 열이 나고 호흡도 가빠졌습니다.

스님은 저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서 MRI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10월 30일 급하게 충남대동물병원으로 왔습니다. 저녁부터 굶고, 그 다음날도 굶고, 마취주사를 맞은 뒤 머리와 다리를 촬영했지만, 아무런 이상은 없었습니다.

[파상풍] 한 시간마다 7~8번 발작
 
 나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발작을 한다.
나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발작을 한다. ⓒ 유연 스님
 
 나모 내과 주치의 이정민 수의사.
나모 내과 주치의 이정민 수의사. ⓒ 유연 스님
 
다시 스님과 절에 왔지만 그날 밤에도 호흡이 가파르고 온 몸이 누군가에게 맞은 듯이 아프고 쑤셨습니다. 스님들은 밤 11시에 급히 저를 자동차에 태우고 충남대동물병원으로 다시 왔습니다. 제 병명은 파상풍과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확진 판정을 하기 위해 제 혈청을 일본으로 보냈고, '경미한 파상풍 증상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 시간마다 7~8회에 걸쳐 발작을 합니다. 혈압이 치솟아 오르기도 합니다. 앞 다리는 마비됐고, 뒷다리의 근육은 거의 빠져서 몸을 가누지도 못합니다. 한 달간 누워 있으면서 콧줄을 통해 들어온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소변 줄을 달았고, 심지어 변을 볼 때에도 주치 의사님과 스님께서 아랫배를 짜주어야 합니다.

저는 4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간혹 주변의 힘으로 억지로 앉기도 합니다. 살아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저는 지금도 스님의 눈길과 손길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를 살리려는 스님들의 간절한 마음이 목소리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집니다. 특히 저 때문에 집에서 잠도 못 주무시고 밤새도록 치료해주시는 수의사 선생님들의 극진한 간호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희귀병] 입원 열흘 만에 병원비 1천만 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나모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나모 ⓒ 유연 스님

스님은 밤 11시쯤 절에 가셨다가 새벽 예불 후 바로 저한테 달려오십니다.

사람과는 달리 개의 파상풍은 장기간 병상에서 이겨내어야 하는 고통스런 병이라고 합니다. 또 발병하면 일주일만에 폐사하는 무서운 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제가 왜 이런 병이 걸린 걸까요? 스님께서 제 집을 깨끗이 청소해주시고 사료도 정성껏 마련해 주셨습니다. 예방접종이나 사상충약, 진드기약 등 기본 이상을 해주셨습니다. 못에 찔린 적도 없습니다.

개들에게는 잘 걸리지 않는 희귀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고친 사례도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견주들이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포기해서였을 겁니다. 사실 제 병원비도 입원 열흘 만에 1천만 원이 넘었고, 지금은 3천여만 원에 육박할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하지만 거의 한 달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저를 돌봐주신 주치의 선생님은 보호자인 스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면 인고 끝에 살 수 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스님 역시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저를 살리겠다고 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집착?]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면서 치료 안 해줘야 하나
 
 나모가 지친 모습으로 잠든 모습
나모가 지친 모습으로 잠든 모습 ⓒ 유연 스님

간혹, 스님이 저에 대해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때면 스님은 얼굴을 붉히면서 "같이 살던 개가 죽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치료를 안 해준다면 집착이 없는 거냐"라고 반문하십니다.

또 "부처님은 과거 수행 시절에 게송 한 구절을 들으려고 주린 나찰에게 몸을 던지셨는데 부처님의 제자인 스님도 생명을 살려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십니다.

며칠 전에 내 입원실에서 이틀간 함께 지냈던 작은 발바리도 발작을 한 뒤 안락사로 주사를 맞고 세상 떠났습니다. 제가 그 발바리보다 병증상이 더 심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스님과 주치의 선생님은 저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이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제 병원비는 얼마가 되는지에 대해서 병원 측에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병을 이기지 못해서 결국 죽고, 그동안 (사)세상과함께의 어려운 살림을 꾸리면서 미얀마 어린이와 국내 장애인들을 저와 같이 도와왔던 스님께 병원비 수천만 원만 안기는 게 아닌지, 가슴이 아픕니다.

[다음 생] 제가 죽고, 수천만 원 병원비만 남기면...
 
 유연 스님(세상과함께 이사장)과 함께 하는 아이들
유연 스님(세상과함께 이사장)과 함께 하는 아이들 ⓒ 세상과함께
   
 유연 스님이 누워서 나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유연 스님이 누워서 나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 유연 스님

사실 천오백만 반려동물이 있다지만 동물병원은 매우 열악하고 병원비는 비쌉니다. 저는 한 달여 동안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사람들이 우리를 버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를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은 아닐 겁니다.

지금도 저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반려견들이 동물 병원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과 동고동락하면서 가족처럼 지냈던 반려견들을 어쩔 수 없이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는 우리의 주변 환경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는 것인지요? 저의 문제이지만,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모두들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세계가 공동체로 엮여 있다는 자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삶에 대한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저와 같은 삶에 대해서도 한번 돌아봐주시고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불교에서는 저도 어쩌면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늘 제 머리나 배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나모야! 살생하지 않으면 다음 생에 사람 몸 받을 수 있다. 우리 다음 생에 부처님법 만나 수행하자꾸나!' 하십니다.

넓은 호수에 작은 돌을 던지면 멀리까지 물결이 일 듯이 아픈 견생 나모에게 사랑의 파장을 보내주십시오. 병의 고통에서 어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주십시오.

- 충남대동물병원에서 나모가

*이 기사의 하단에 있는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로 십시일반 격려해주신 후원금은 '나모'의 치료비로 쓰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환옥 기자는 (사)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의 속명입니다.


#나모#유연 스님#세상과함께#파상풍#희귀병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98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