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일부 보의 수문이 열렸지만 강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습니다. 수문을 전면 개방해도 콘크리트 고정보 때문에 40~50%만 열린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이행해야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16개 보 중 단 한 개 보의 처리 방안도 발표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결정하고, 한강과 낙동강 보 처리 방안도 확정해야 합니다."
지난 11일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하 오체투지 환경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수상 소감이다. 김 기자는 이어 "이 상을 받으면서 또 하나 무거운 짐을 내 어깨에 지고 간다"면서 "이 상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고, 강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강의 복원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가 제정한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식은 이날 오후 2시에 충남 공주시 곰나루국민관광단지 야외 공연장에서 열렸다. 대상 수상자인 김종술 기자가 활동해 온 금강으로 직접 가서 상장을 수여하는 '찾아가는 시상식'이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수상자 등 최소 수상 인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오마이TV가 생중계했다.
생중계 영상 : https://youtu.be/nQlVy_nxLmM
이날 사회는 세상과함께 박미연, 서상현 씨가 진행했고, 소프라노 신규민 씨의 축가도 이어졌다. 본격 시상식에 앞서 (사)세상과 함께 환경위원회(위원장 송옥규)는 "제1회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만을 추구하는 이 죽음의 질주를 멈추고, 몸을 낮춰 되찾아야 할 생명평화세상을 위해 호소한다"면서 3개 환경 현안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하루 속히 4대강 보 해체를 결정십시오.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한 뒤 2050년 넷제로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단호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부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해수유통을 즉각 결정해야 합니다."
호소문 영상 보기 : https://youtu.be/q8yCDBcFdks
(사)세상과함께 유연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자기 삶을 바쳐서 환경을 생각하고 보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신 분들에게서 감사의 표현으로 상을 드리게 된 것에 대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코로나 상황에서도 여전히 환경 현안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뛰는 전국 각지의 환경 활동가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세상과함께가 2020년 9월 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제1회 오체투지 환경상 공모를 진행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전국에서 총 64건의 개인과 단체가 공모에 참여했고, 부문별로는 환경상 20건, 특별상 27건, 연구지원기금 8건, 활동지원 기금 9건이었다.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5차례의 서면심사와 현장실사,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이중 15건의 개인과 단체에 총 2억원의 상금과 기금을 수여했다.
이날 이철수 심사위원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번에 공모에 응한 개인과 단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생명과 평화, 사람의 길이었다"면서 "생업을 포기하거나 근무환경과 재정 등이 열악한 단체에 소속돼 생계비 정도의 비용을 받으면서, 또는 오랜 기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헌신적으로 환경 현장을 지키는 '삼보일배 오체투지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10년 묵은 편지와 상금 2억원... 참 환경인 추천해주세요 http://omn.kr/1qrrk
환경운동에 매년 2억 쾌척... "지구촌 '자해' 막는 존재, 고맙다" http://omn.kr/1p4ei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 정수근 http://omn.kr/1qxss
제1회 오체투지 환경상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김종술 시민기자는 지난 10여년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으로 활동해 왔다.
심사위원회는 수상 결정문을 통해 "김종술이 각종 위협과 개인적 희생을 무릅쓰면서 지키려고 하는 가치는 이 땅의 생명과 평화였고, 이런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가 탐욕과 이기심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되살리면서, 끊임없이 세상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희망의 근거임을 의심치 않았다"고 밝혔다. 김 기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됐다.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환경상'으로 선정된 곳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이다. 이 기구는 2019년 8월 전 지구적인 기후행동에 연대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330개 단체가 주축이 되어 출범한 연대기구이다.
심사위원회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019년 9월 21일 전국 집회를 시작으로 풀뿌리 대중운동의 확산과 함께 정부, 기업 등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이들의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면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짧은 기간 동안에 보여준 역동적이고 전 지구적인 활동에 감사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특별상 부문의 '공로상'은 <녹색평론>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수여했다. 1991년 창간한 녹색평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적 담론을 생산온 점이 높게 평가됐다.
정수근 국장은 지난 10여 년간 4대강사업으로 죽어가는 낙동강의 문제를 이슈화했고, 이날 대상을 수상한 김종술 기자와 함께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으로 활동해왔다. 공로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1000만원의 상금을 수여됐다.
특별상 '문화예술' 부문은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언론' 부문에서는 <한겨레> 애니멀피플, '환경교육' 부문에서는 숭문중학교에 환경을 가르치는 신경준 교사, 생태보전시민모임이 선정됐다. 위의 특별상 3개 부문 수상 단체와 개인에게는 각각 상금 500만원이 수여됐다.
특별상 '생활실천' 부문에서는 <모두의 에너지 자립마을학교>, <정치하는엄마들>, <쓰맘쓰맘>(쓰레기에 맘 아픈 쓰레기를 고민하는 맘)이 수상자로 선정됐고, 3개 단체에게는 각각 상금 200만원이 수여됐다.
'연구활동지원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단체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지평>, <여행하는 평화 책방 피스북스> 등입니다. 위의 3개 단체에는 사업에 필요한 기금 2000만원을 지급했고, 피스북스에게는 1400만원을 지원했다.
[관련 기사]
제1회 오체투지상 대상에 김종술... 환경상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로상 정수근http://omn.kr/1qrsw
(사)세상과함께는 올해 첫 시상식에 이어 매년 2억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전체-개별 심사 결정문과 호소문 등은 (사)세상과함께(
http://www.twtw.or.kr/)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다음은 대상 수상자인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수상 결정문 전문이다.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0여 년간 4대강사업으로 죽어가는 강을 되살리려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해 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2020년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2009년 4대강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바닥을 파헤쳐 모래와 자갈을 준설하고, 16개의 댐(보)을 세웠습니다. 그 뒤 4대강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매년 녹조가 강을 뒤덮었습니다. 강바닥에 쌓인 펄 속에서는 산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도 살 수 있는 최악 수질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이 창궐했습니다.
김종술은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 지역신문사 대표기자였습니다. 4대강사업을 취재하면서부터 자치단체와 기업-업체 광고주들이 4대강사업 비판 기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광고를 끊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문사의 광고 부서를 없앤 뒤 몇 개월간 통장에 남아있던 돈을 기자들의 월급과 취재비로 사용하고 신문사 문을 닫았습니다.
그 뒤 <오마이뉴스>의 4대강 취재 전문 시민기자로 나서서 '삽질과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2009년, 4대강 공사가 진행될 때 김종술은 작업장 관계자들로부터 신체적 폭행과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도 수없이 당했지만, 취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고기가 금강에서 떼죽음을 당했을 당시, 매일 썩은 내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물고기 마대 자루를 풀어헤쳐 사체의 숫자를 세면서 이를 축소·은폐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섰습니다. 이 때 꿈속에서도 물고기의 사체가 떠올라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취재를 이어갔던 김종술은 '금강의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김종술은 2014년 금강에 창궐했던 큰빗이끼벌레를 특종 보도해 4대강사업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침식 현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산성 붕괴 특종도 했습니다. 또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강바닥에 창궐한 것을 처음으로 보도해 죽어가는 금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개인 빚을 내면서 비행기를 띄우고, 맨손으로 펄 속을 뒤지면서 찾은 특종이었습니다.
김종술이 지금까지 오마이뉴스 등에 쓴 4대강 관련 기사는 총 1700여 개에 달합니다. 거의 매일 금강에 나가 강의 죽음을 고발했고,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과 함께 미국의 댐 해체 현장을 취재하면서 4대강사업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매년 1~2차례 낙동강과 한강도 탐사 취재하면서 강의 복원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지난 2018년 금강 보의 수문이 개방한 뒤에는 살아나는 강의 모습을 보도하면서 4대강사업의 허구를 알렸고,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도 일깨웠습니다. 일부 정치세력과 지역 토호, 보수 언론들이 여론을 호도하면서 4대강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게 하면서 반발하자, 현장 탐사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 진단과 분석 등의 기사를 쓰면서 진실을 알렸습니다.
김종술의 수많은 특종은 혹독한 노동의 대가였지만, 시민기자였던 그는 지난 10여 년간 월급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장 취재를 위한 기름 값을 채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원고료와 강의료 등이 수입의 전부였습니다. 취재비는 개인 채무를 지거나 공사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번 돈으로 충당하면서 헌신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김종술은 10여 년 동안 취재한 기록인 저서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한겨레 출판)을 펴냈고, 오마이뉴스가 2019년에 제작해 전국 영화관에 개봉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합니다.
그는 기자이자 환경운동가였고, 작가이자 금강의 현장에 끊임없이 시민들을 불러 모아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강의 전도사이자 강연자이기도 합니다.
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김종술이 모든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삼보일배, 오체투지했던 정신을 되살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종술이 각종 위협과 개인적 희생을 무릅쓰면서 지키려고 하는 가치는 이 땅의 생명과 평화였고, 이런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회는 김종술 기자가 탐욕과 이기심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되살리면서, 끊임없이 세상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희망의 근거임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김종술 기자를 제1회 오체투지 환경상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그를 작게나마 위로하기 위한 이번 결정으로 우리사회가 생명, 평화, 사람의 길로 한발 내딛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